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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맨」 ▨ 아무개의 외침 ▧ 「밀크맨」 은 2018년 맨부커상을 받은 작품이다. 유명한 상을 받았다는 기대감과 책 뒷날개의 심사평, 각종 언론들의 찬사 문구들이 책을 읽기 전 나의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책을 읽은 시기가 7월 말에서 8월 초. 그러니까 여름의 한가운데, 아침저녁으로 열기가 식지 않았던 때이다. 책을 읽은 초반의 나의 마음도 비슷했다. 뜨거운 열기가 가득한데, 그래서 숨쉬기도 힘든데 빠져나갈 수 없는 방에 갇힌 느낌이랄까. '나'는 열여덟 살, 밀크맨을 마흔한 살. 첫 장에 밀크맨은 죽었다고 나와있었고, 밀크맨은 유부남인데 나와 불륜관계로 소문이 나 있는 상태라고 했다. 흥미롭다고 생각됐고 밀크맨이 어떤 인물인지 궁금했으나, 거기까지였다. 도대체 아무 사건이 일어나지가 않는 거다. 책은 처음부터 .. 2021. 8. 24.
「토지6」 ▨ 길상의 고뇌 ▧ 어린 시절 함께 자랐던 길상과 서희. 길상은 서희를 꽃 같은 애기씨로 살뜰히 모셨었고, 서희는 그런 길상에게 온전히 의지하지만 그들은 양반과 하인의 신분의 굴레를 벗어나 마음을 표현하기가 너무나 어렵다. 그들이 혼인에 이르기까지 만만치 않은 여정이 필수 불가결하고 그 내용이 「토지6」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점차 성숙해지고 있는 서희와 길상의 앞날이 궁금해진다. 기화라는 이름의 기생이되어 새롭게 등장한 봉선이와 세상을 떠돌던 구천이, 환이는 동학운동을 매개로 새롭게 등장한다. 조준구에게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한조의 아들 석이가 훌륭하게 성장했다. 석이의 앞으로의 행로도 궁금해진다. 세월이 흐르고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태어나고...... 그 시대의, 그리고 그 세대의 생활과 역사를 등.. 2021. 8. 16.
「어린이라는 세계」 ▨ 어린이의 세계, 우리의 세계 ▧ 「어린이라는 세계」는 어린이책 편집자로, 독서교실 선생님으로 20년 남짓 어린이들의 세계에 발 담갔던 저자 김소영의 에세이집이다. 정작 양육의 경험이 없는 저자는 아이들을 만나는 삶을 살면서도 어린이에 대해 말하는 자신이 조심스러웠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흔히들 "애를 안 키워 봐서 몰라." "키워보면 그런 말 못 하지."라는 말을 하고 또 듣는 것이 이상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저자의 글은 양육의 경험 여부를 떠나서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사람을 바라보는 태도를 고스란히 보여주며 읽는 이에게 따뜻함을 전달해 준다. 그저 그 매개가 어린이가 된 것뿐이다. 우리는 어린이와 완전히 관련 없는 삶을 살지 못한다. 누구든 어린 시절을 겪고 성인이 되고, 어른이 .. 2021. 8. 10.
「검은 무엇」 ▨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 ▧ 어느 날 아침 동틀 무렵이었어. 울창한 숲은 부드러운 햇빛 아래 여느 아침보다 유난히 고운 빛으로 반짝였어. 어, 그런데 저게 뭐지? 초록색, 붉은색을 찬란하게 뽐내는 나무들 사이, 바람이 지나다니는 작은 공터에 뭔가 검은 것이 있네. 도대체 저 검은 게 뭐람? 때마침 공터를 지나던 표범 한 마리가 검은 무엇을 발견했어. 살금살금 다가가 요리조리 둘러보더니 깜짝 놀랐어. "이건 내 무늬랑 똑같잖아! 어제 사냥할 때 떨어뜨린 게 틀림없어. 다른 표범에게도 무늬가 떨어지지 않게 조심하라고 말해야겠어!" 표범은 '쌩'하고 어딘가로 달려갔어. 얼마 뒤 하늘을 날던 까마귀도 검은 무엇을 보았어. 까마귀는 서둘러 아래로 내려가 부리고 검은 무엇을 뒤집어 보았지. "하늘에서 별 조각이 .. 2021. 8. 3.
「우리 할머니는 페미니스트」 ▨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꿈꿔요 ▧ 할머니와 페미니스트? 언뜻 생각하면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이다. 하지만 '우리 할머니는 페미니스트 (이향 글, 김윤정 그림, 지학사아르볼 엮음)' 를 통해 페미니즘, 페미니스트라는 단어가 우리의 주변과 일상에 크게 벗어나지 않음을 알 수 있게 된다. 우리가 흔하게 겪고 있으나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성 불평등과 양성평등에 대한 잘못된 인식, 그에 대한 할머니의 친절한 해결방안이 담겨있는 초등 4학년 이상이 읽기 좋은 동화이다. 책은 하준이네의 아침 풍경으로 시작한다. 엄마에게 아침은 남편과 아이들 식사를 준비하고 출근, 등교시킨 후 비로소 자신이 나갈 준비를 해야 하는 전쟁터 같은 분주함 그 자체이다. 그러는 사이 아빠의 눈은 스마트폰에 고정되어 있을 뿐이다. 하준.. 2021. 8. 2.
「아몬드」 ▨ 감정의 딜레마 ▧ 청소년 소설로는 드물게 스테디셀러에 오른 책이다. 표지에 그려진 아이의 무표정으로 한 번, 제목으로 또 한번 독자들에게 궁금증을 일으키는 「아몬드」는 태어나면서부터 편도체가 덜 발달되어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청소년기의 몇년을 다룬 성장 소설이다. 여느 성장 소설과 다름없이 주인공은 여러 일들을 겪지만 그는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다. 그에겐 감정이 없으므로. 그러나 글을 읽는 독자들은 주인공이 느끼지 못하는 감정까지 더해져서 그에게 놓인 상황과 일어나는 일들이 더욱 가슴 아프다. 늘 감정을 뿌리고 다니는 평범한 우리들, 그래서 힘들고 그래서 기쁘고 그래서 사는 게 어렵고, 그래도 살만 하다고 말하는 복잡한 우리들을 주인공 윤재는 그저 담담히 지켜보고 있다. 누구나 머릿속에 아몬드를 두.. 2021.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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