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76

「두 사람」 ▨ 너와 나 ▧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는 존재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나는 특히 그렇다. 에 나오는 자유로운 싱글들이 하나도 부럽지 않고 에 나오는 많은 아저씨들이 사실 난 이해가 안 된다. 그저 많은 관계들에 성공하지 못한 인생이 버거워서 피난 간 사람인 것만 같다. 하지만 그 관계들에 성공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도 잘 알고 있다. 누구나 타인과 어울려 살아야 하지만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는 마당에 나 아닌 다른 사람과 온전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게 어쩌면 언감생심 욕심일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가지던 터에 「두 사람」이라는 그림책을 만났다. 나와 또 다른 한 사람 두 사람이 되면서 모든 관계는 시작된다. 옆에 있어서 좋으나 옆에 있어서 불편한 많은 두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점이 신선하다. 두 사람.. 2021. 6. 25.
「틀리면 어떡해?」 ▨ 누구나 틀릴 수 있어 ▧ 초등학교에 입학해 학교생활을 갓 시작하는 아이들은 빠짐없이 거쳐야 하는 평가의 시간이 두려워지곤 한다. 틀리고 싶지 않고, 잘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더 싫은 것이 솔직한 아이들의 마음이다. 그 사이에서 고민하는 아이들에게 우리는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할까? '틀리면 어떡해?(김영진 글 그림, 길벗어린이 엮음)'는 독서 골든벨에서 틀린 마지막 문제가 아쉽고, 받아쓰기 시험이 너무나 걱정인 주인공 그린이가 태권도 승품 시험을 치르면서 겪는 이야기를 재미있고 상상력 넘치는 그림으로 표현한 그림책이다. 일상 속 생생한 이야기를 친근감 있는 대화체로 엮은 이 책은 페이지마다 그린이 곁을 지키는 동물 친구들, 끊임없이 말을 거는 분수대 아기 천사들, 품띠를 매고.. 2021. 6. 23.
「100만 번 산 고양이」 ▨ 내가 택하는 내 삶 ▧ 백만 년이나 죽지 않은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백만 번이나 죽고 백만 번이나 살았던 것이죠. 백만 명의 사람이 그 고양이를 귀여워했고, 백만 명의 사람이 그 고양이가 죽었을 때 울었습니다. 고양이는 단 한 번도 울지 않았습니다. 한때 고양이는 임금님의 고양이였습니다. 고양이는 임금님을 싫어했습니다. 임금님은 싸움 솜씨가 뛰어나 늘 전쟁을 했습니다. 그래서 고양이를 멋진 바구니에 담아 전쟁터에 데리고 다녔습니다. 어느 날 고양이는 날아온 화살에 맞아 죽고 말았습니다. 임금님은 전쟁이 한창인데도 고양이를 껴안고 울었습니다. 임금님은 전쟁을 그만두고 성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성의 정원에 고양이를 묻었습니다. 한때 고양이는 서커스단 마술사의 고양이였습니다. 고양이는 서커스 따위는 싫.. 2021. 6. 16.
「토지4」 ▨ 떠나가는 사람들 ▧ 4권으로 토지의 1부가 마감되었다. 1897년 한가위부터 1908년까지의 10년. 1860년대부터 시작된 동학운동, 개항과 일본의 세력 강화, 갑오개혁, 을사보호늑약을 거친 세월의 풍파가 여실히 담겨있다. 일본의 뒷배를 믿고 위세 등등해진 조준구의 핍박이 점점 심해지며, 이를 탄찰하기 위한 소작인들의 의거가 일어나지만 실패에 그친다. 그리하여 서희는 조준구의 세력에 맞섰던 마을 사람들과 함께 간도로 떠난다. 낯선 이국 땅에서 펼쳐질 그들의 거친 삶이 벌써부터 힘겹지만 그만큼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다. 강물을 물들여 놓고 해는 떨어졌다. 숲에서 시작한 어둠은 절간 뜨락에 서서히 밀려들어왔다. 사방은 본시의 적막한 장소로 돌아가고 대부분 재꾼들도 돌아갔다. 먼 곳에서 온 .. 2021. 6. 11.
「아무튼, 비건」 ▨ 당신도 연결되었나요? ▧ 나는 채소와 과일을 사랑한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고기도 사랑한다. 곱창, 선지, 닭발 같은 음식도 즐기며, 비계가 두둑한 삼겹살이나 마블링이 좋은 스테이크, 매콤한 닭볶음탕, 어느 하나 내 인생에서 빠트릴 수 없는 메뉴들이다. 이런 내가 비건 책이라니... 아마 독서토론 모임에서 선정된 책이 아니었음 들춰 볼 일이 없었을 책이었겠으나, 어쨌든 나는 이 책을 읽고야 말았다. 읽는 내내 불편했다. 왜냐하면 읽는 내내 나는 작가에게 설득당했으니까. 작가는 우리가 왜 비건으로 살아야 하는지를 조목조목 따져가며, 그리고 조금은 격양된 목소리로 이야기해 나간다. 그도 그럴 것이 작가의 눈으로 본 세상은 너무도 비인간적이고, 비환경적인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고 있으니까. 그 끔.. 2021. 6. 9.
「인간실격」 ▨ 인간성의 상실 ▧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지금 저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지나가는 것. 제가 지금까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소위 '인간'의 세계에서 단 한 가지 진리처럼 느꺼지는 것은 그것뿐입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갈 뿐입니다. 저는 올해로 스물일곱이 되었습니다. 백발이 눈에 띄게 늘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흔 살 이상으로 봅니다. 소설의 처음과 마지막 문단이다. 실로 충격적이다.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을 부정하고 삶을 거부할 수 있을까. 온갖 부정적인 단어들을 다 끌어들여 자신을 표현하고 있는, 인간에 대한 불신, 자신에 대한 자조, 세상에 대한 비관 등으로 점철된 이 소설은 다름 아닌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인.. 2021. 6. 4.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