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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2」 ▨ 최지수의 죽음 ▧ 최치수가 죽었다. 이제 이야기의 초반인데, 너무나 허망하고 갑작스럽게도 서희의 아버지가 죽은 것이다. 별당아씨도 구천이와 떠난 상태이니 이제 서희는 고아나 다름없게 되었다. 이제 7살이 된 서희가 너무 안쓰러우나, 어차피 최지수는 서희에 대한 애정이 없었고, 서희 곁에는 그녀를 끔찍이 생각하는 봉선네와 봉선이, 길상이가 있으니까...... 서희의 할머니인 윤시 부인의 비밀이 밝혀지고, 왜 아들인 최지수와 척을 지게 되었는지, 구천이와 별당아씨가 도망갈 수 있게끔 도와준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진다. 강포수와 수동이를 데리고 구천이를 찾아 지리산을 헤매는 최지수와 한탕으로 부귀영화를 꿈꾸다가 결국 관아에 잡혀가게 되는 평산과 귀녀, 칠성이 이야기까지. 2권에서는 큼지막한 사건 사고들이 연.. 2021. 3. 29.
「소년을 읽다」 ▨ 다음에는 '이런 곳이 아닌 곳'에서 만나요 ▧ 「소년을 읽다」는 공립학교에서 국어교사로 근무하던 저자가 2019년 소년원 아이들의 국어수업을 하게 된 1년여의 여정을 담고 있다. 책에서 저자도 이야기했지만 나 또한 소년원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던 걸까. 막연하게 구치소나 수용소 따위의 공간을 떠올렸던 나는, 내가 소년원이라는 장소와 그곳의 아이들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나를 깨달았다. 소년원은 교정과 교화를 목적으로 하는 교육기관(법무부 소속 특수교육기관)이다. 그래서 'OOOO학교'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물론 그 안의 공간 공간마다 철장이 드리워져 있고, 여기저 저리로 이동하려면 꼭 동행자가 따라붙어야 하고, 징벌방과 집중방 같은 체벌방도 존재한다. 누군가에게 평균이상의 가해를 가하고 재판을 .. 2021. 3. 28.
「행복한 그림자의 춤」 ▨ 널 보러 또 올게. 기억해. 사랑해 ▧ 캐나다를 대표하는 작가로 알려진 앨리스 먼로의 「행복한 그림자의 춤」은 단편소설로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2013)을 받은 작품이다. 표제작 「행복한 그림자의 춤」을 비롯하여 「작업실」, 「나비의 나날」, 「떠돌뱅이 회사의 카우보이」, 「태워줘서 고마워」, 「일요일 오후」, 「어떤 바닷가 여행」 등 총 열다섯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태워줘서 고마워」를 제외한 다른 모든 단편은 모두 여성 시점이며 그중 대부분이 10대 소녀들이다. 집안 형편이 너무 어렵거나, 계집으로 태어난 것이 아쉬운 소녀, 아니면 부잣집 하녀일을 해야 하는 아이, 댄스파티를 앞두고 파트너를 구하지 못할까 걱정인 소녀까지. 이야기는 그들의 일상을 조용히 조망한다. 소설들은 요란하지도, 어떤.. 2021. 3. 26.
내 인생의 첫 김치 김치를 담갔다.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말이다.나는 내내 김치는 사서 먹을 거라고 했었다.아님 요리 잘하는 동생한테 얻어 먹지 머!! 허리 아프다, 다리 아프다는 말을 달고 살면서도시시 때때마다 계절김치를 하고야 마는 엄마가 나는 좀 뜨악했었다.김치가 대관절 무엇이길래...... 안 만들면 큰일 나나.김치 없어도 밥 잘 먹을 수 있는데.저렇게 힘들어 하면서 김치를 담글 이유가 있나.무슨무슨 김치를 담가 놓았으니 가져가라는 연락이 오면 화부터 났었다."허리 아프담서 무슨 또 김치!!" 요리를 즐겨하는 것도 아니고하루하루 뭐 해먹어야하나가 인생 최대 고민인 나 같은 사람에게김치 담그기는 언감생심 내가 도전할 분야가 아니었다.그런 내가 김치를 담갔다.이유는?모르겠다.나이를 먹은 모양이다.나도 이제 김치를 만.. 2021. 3. 22.
「곰씨의 의자」 ▨ 말하지 못하는 힘겨움 ▧ 햇살이 눈부신 날 시집을 읽거나 차를 마시며 음악을 듣다 보면곰씨는 마음이 평화로워집니다. 곰씨는 지나가는 낯선 탐험가 토끼에게 자신의 의자에서 쉬었다 가라고 합니다. 이번에는 무용가 토끼가 지나가네요. 두 토끼는 결혼하게 되었고,곰씨는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습니다. 곧 토끼 부부의 아이들이 태어났습니다."안녕, 아가야!" 그러나 아이들이 또 태어나고 또 태어나고......곰씨는 차를 즐기지도, 음악을 감상하기도 어려웠어요. 곰씨는 토끼들이게 무언가 말을 해야 할 때라고 느꼈습니다."여러분과의 시간은 더할 나위 없이 재미있답니다.그런데 제가 차를 마실때 아이들은 음악을 먹고, 아니 아니 빵을, 그게 아니라 제 꽃이...... 아, 제가 무슨 말을 하는 걸까요? 정작 하고 싶은 .. 2021. 3. 21.
엄마의 아욱국 오늘은 엄마의 두 번째 기일이다. 그러니까 나는 엄마를 잃은 지 2년이 되었다. 모두들 그러더라. 떠난 부모를 잊히려면 적어도 3년이라는 시간은 필요하다고. 그럼 난 최소 1년은 더 슬퍼해야 하는 걸까? 1년 후부터는 조금 담담하게 그리워할 수 있을까? 모를 일이다. 제사를 지내지는 않기로 했지만, 그게 못내 섭섭했던 아빠의 마음을 받아 절충안을 마련했다. 올해부터는 엄마가 평소에 좋아하던 음식을 한 가지 만들어 가기로 한 것이다. 나는 아욱국을 떠올렸고 모두들 동의했었다. 그래서 나는 오롯이 엄마를 위한 아욱국을 만든다. 아욱을 양동이에 담고 씻어낸 후 바락바락 치댄다. 엄마에게 배운 대로다. 아욱은 걸레 빨듯 바락바락 씻어내지 않으면 풋내도 나고 거칠어서 먹기 힘들다고 누차 말했던 엄마의 음성이 아직.. 2021.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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