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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곰씨의 의자」

by *소은* 2021. 3. 21.

▨  말하지 못하는 힘겨움  ▧

 

 

 

「곰씨의 의자」 노인경, 문학동네, 2016

 

 

 

 

 

 

 

 

  

 

햇살이 눈부신 날

시집을 읽거나 차를 마시며 음악을 듣다 보면

곰씨는 마음이 평화로워집니다.

 

 

 

 

 

 

 

곰씨는 지나가는 낯선 탐험가 토끼에게 자신의 의자에서 쉬었다 가라고 합니다.

 

 

 

 

 

 

 

이번에는 무용가 토끼가 지나가네요.

 

 

 

 

 

 

 

두 토끼는 결혼하게 되었고,

곰씨는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습니다.

 

 

 

 

 

 

 

곧 토끼 부부의 아이들이 태어났습니다.

"안녕, 아가야!"

 

 

 

 

 

 

 

그러나 아이들이 또 태어나고 또 태어나고......

곰씨는 차를 즐기지도, 음악을 감상하기도 어려웠어요.

 

 

 

 

 

 

 

곰씨는 토끼들이게 무언가 말을 해야 할 때라고 느꼈습니다.

"여러분과의 시간은 더할 나위 없이 재미있답니다.

그런데 제가 차를 마실때 아이들은 음악을 먹고, 아니 아니 빵을, 

그게 아니라 제 꽃이...... 아, 제가 무슨 말을 하는 걸까요?

 

 

 

 

 

 

 

정작 하고 싶은 말은 꺼내지 못한 곰씨는

어떡할까 고민하다

아무도 앉지 못하게 의자 위에 누웠어요.

 

오랜만에 읽는 시집.

 

 

 

 

 

 

 

"아저씨, 책이 정말 많네요."

"팔 아프죠?우리가 들어 줄게요."

 

 

 

 

 

 

 

곰씨는 한 자리만 남겨 두고 의자에 페인트를 칠했어요.

덕분에 음악을 감상할 수 있었죠.

 

 

 

 

 

 

 

"아저씨, 호랑이 같아요. 변신 놀이 하는 거예요?"

"우리가 더 멋지게 꾸며 줄게요."

 

 

 

 

 

 

 

곰씨는 무서운 바위를 가져와 의자에 올려놓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바위를 위자 위에 내려놓기도 전에......

 

 

 

 

 

 

 

곰씨는 의자를 하나 더 만들었습니다.

"이젠 혼자 앉을 수 있겠지."

 

 

 

 

 

 

 

하지만......

 

 

 

 

 

 

 

곰씨는 마지막 방법을 생각해 냈습니다.

"아아, 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어."

하지만 갑자기 비가 오는 군요.

 

 

 

 

 

 

 

"말도 안 돼! 날보고 더 이상 어쩌란 말이야.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난 세상에 다시없는 친절한 곰이라고."

 

절규하는 곰씨.

 

 

 

 

 

 

 

 

비를 맞고 감기에 걸린 곰씨는 토끼 가족에게 지극한 간호를 받고 있네요.

"아저씨 일어나요. 제발요."

"곰씨, 괜찮아요?"

 

 

 

 

 

 

 

곰씨는 울기 시작했습니다.

눈물이 멈추지 않고 나왔습니다.

"아저씨가 우니까, 훌쩍, 우리도 슬퍼요."

"아저씨, 울지 마요."

 

 

 

 

 

 

며칠 뒤, 곰시는 토끼들 앞에서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하나하나, 천천히 말했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좋아요. 하지만 그동안 저는 마음이 힘들었어요. 

물론 우리가 함께 하는 시간은 소중해요. 가끔은 혼자 있고 싶어요. 

저는 조용히 책을 읽고, 명상할 시간이 필요해요.

앞으로 제 코가 빨개지면 혼자 있고 싶다는 뜻이니 다른 시간에 찾아와 주세요.

그리고 무엇보다......"

 

 

 

 

 

 

 

커다란 용기를 내야 했던 곰씨는 

무척이나 피곤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곰씨, 

곰씨가 혼자 평화로웠던 장소, 곰씨의 의자는

유일무이한 곰씨의 공간이자, 세계이다.

그는 자신의 공간을 토끼에게 내어주었고,

함께 행복했다.

 

그러나 타인과의 삶은 그렇게 녹녹치 않다.

그들이 끝까지 함께 행복하려면 

누군가는 용기를 내야 한다.

 

곰씨는 말하지 못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곰이기 때문이다.

말하지 못한 아픔들이 행동으로 표현되었다.

처음에는 의자에 길게 누워 혼자 있고 싶음을 알렸다.

그런데도 자신의 마음이 전해지지 않자

곰씨는 점점 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다.

자신의 모든 것인 의자에 똥을 누고 있는 본인의 모습에 얼마나 큰 자괴감을 느꼈을까?

 

나는 친절하기 때문에, 착하기 때문에, 또는 이러저러한 사람이기 때문에

말하는 못하는 말을 목구멍에 숨기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나 또한 그런 사람들 중에 하나이다.

말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나의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은 얼마나 이기적인 일인가.

타인은 내가 아니고, 나 또한 남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끊임없이 말해야 하고 표현해야 하는 용기를 지녀야 한다.

 

곰씨는 비참함에 절규하고 몸이 심하게 아프고 난 뒤,

멈추지 않는 눈물을 흘리고 나서야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슬프면 마땅히 울어야 한다)

 비로소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방법을 깨닫게 된 곰씨는

 이제는 더 이상 아프지 않을 것이고, 

자신을 스스로 망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솔직함의 힘은 얼마나 센가.

 

그림책의 마지막 면지에서

곰씨는 자신의 의자에서 나와 토끼들과 즐겁게 공원을 거닌다.

그의 세계는 의자에서 벗어나 더 밖으로 밖으로 넓어졌다.

그렇다.

우리는 함께여도 평화롭고 행복할 수 있다.

친절한 곰씨,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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