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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여기보다 어딘가」

by *소은* 2021. 3. 5.

「여기보다 어딘가」 거스 고든, 그림책공작소, 2017

 

 

    떠나고 싶은 당신에게    

 

 

날아가는 새들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는 저 새는......

 

 

 

표지를 펼치니 수많은 여행가방들이 콜라주 되어 있다.

아 여행 가고 싶다~~~~ 

 

 

어떤 새들은 북쪽으로 날아가고,

또 어떤 새들은 남쪽으로 날아간다.

 

 

 

그렇지만 조지는 달랐다.

 

 

 

조지는 아무데도 가지 않았다.

'난 어딘가 다른 곳에 가는 것보다 여기 있는 게 좋아'

 

 

 

조지가 만든 초코크림 도넛 맛이 안데스 산맥 꼭대기에 떠오르는 태양처럼 찬란하다며

같이 가자고 하는 친구.

 

하지만 조지는 그러고 싶지 않다.

'오늘은 안 돼.

오븐에 브라우니가 있거든.

이거, 품평회에 내면 틀림없이 일등할 거야!"

 

 

 

조지의 사과파이가 기가막힌 파리의 밤을 떠올리게 한다며 같이 가자는 다른 친구.

 

"미안해요.

나도 가고 싶지만 보시다시피 다림질 거리가 산더미예요."

(양말 두짝이.....??)

 

 

 

조지가 품평회에서 상을 받은 당근 케이크가 아름다운 알래스카 툰드라 같다며 같이 가자는 친구들.

 

"미안,

난 요가 수업을 받아야 해서 말이야."

 

 

 

계절이 바뀌었다.

하지만 이제 아무도 조지에게 함께 떠나자고 청하지 않았다.

조지는 언제나 바빴으니까.

 

 

 

파스칼만 빼고 말이다.

파스칼은 자꾸만 핑계를 대며 어딘가로 떠나지 않는 조지를 자꾸 채근한다.

그러자 조지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저도 어딘가 다른 곳에 가고 싶기는 해요......"

 

 

 

"하늘을 날 수만 있다면요."

 

조지는 파스칼에게 비밀을 털어놓았다.

친구들이 모두 하늘을 나는 법을 배우던 그 중요한 날에 자기는 뭔가 딴짓을 했다는 것을.

그 뒤로 날지 않으려고 끝없이 핑계를 대 왔다는 것을.

 

 

 

파스칼은 자신 있게 말했다.

"내가 나는 법을 가르쳐 주겠네!"

(그런데 파스칼...... 영 신통치 않다.)

 

 

 

둘은 기가 죽어버렸다.

그런데 파스칼이 읽던 신문에 나온 이 멋진 커다란 풍선을 뭐지???

 

 

 

파스칼이 소리쳤다.

"우리가 이걸 만들 수 있어!"

"나는 기가 막힌 손재주를 갖고 있다네!"

(파스칼의 손재주는 그렇게 기가 막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우리가 날고 있어요, 파스칼"

"그렇군, 조지! 이제 어디로 갈까?

 

 

 

둘은 친구들이 말했던 모든 곳을 여행했고, 말하지 않았던 곳도 여행했다.

"파리의 밤은 정말 기가 막히네요!"

 

 

 

세상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크고 훨씬 더 멋있었다.

하지만 뭔가 빠진 게 있었다.

 

 

 

그것은 바로 조지가 직접 구운 파이!

 

"우리 내년 겨울에는 어디로 갈까?'

"어딘가 다른 곳이라면 어디든 좋아요."

 

 

 


 

 

지난해 나는 이탈리아와 스위스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가까운 지인들과 한 달에 십만 원씩 모으기 시작한 게 4년여 전이었고,

미리미리 비행기 티켓팅도 해놓고, 숙박도 잡아놨었다. 

그런데 웬걸... 여행 날짜보다 코로나가 먼저 왔고, 예상치 못했던 손님은 쉽게 떠나 주지 않았다.

그렇게 난 주저앉았다.

언제 다시 떠날 날을 기약할 수 있을까?

 

떠나지 않으려는 조지를 보고 난 생각 했다.

왜왜???

여기보다 어딘가에 가면 신날 텐데, 왜 꼼짝하지 않지??

빵 굽는 게 그렇게 좋다고??

요가는 여행 가서도 할 수 있잖아???

하지만 그에겐 비밀이 있었다.

날 수 없다는 것.

새에게는 치명적이다.

날 수 없는 새라니......

사실 조지는 진작부터 떠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난 여기가 더 좋다고 지금 괜찮다고

애써 현실을 외면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젊은 시절의 나처럼 말이다.

 

그래도 조지는 빵 굽는 기술이라도 익혔는데, 

난 젊은 시절 여행도 못 다니고 뭐한 건가??

결혼해서 애 낳아 키운 거밖에 한 게 없네 ㅠㅠ

 

그런 그에게 파스칼이 다가왔다.

한마디 툭 던지고 가버리고 마는 다른 친구들과는 다른 파스칼.

그는 기가 막힌 손재주를 가지지도, 

문제를 해결할 기발한 방법을 알고 있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파스칼은 조지를 자꾸 일으켰다.

파스칼 같은 친구가 있다면 인생이 멋지겠지???

 

결국, 그들은 겨울 내내 조각보를 이어 커다란 풍선을 만들어 세상을 여행한다.

 

그리고 돌아온다.

조지가 직접 구운 따뜻한 파이가 있는 집으로.

 

여행은 돌아올 집이 있어서 설레는 것.

그리고 다음 여행을 기약할 수 있어서 좋은 것.

 

나는 내년엔 어디로든 떠날 수 있을까???

 

 

 

 

 

 

내 인생의 파이 한 조각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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