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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빨간 나무」

by *소은* 2021. 4. 20.

「빨간 나무」 숀 탠, 풀빛, 2002

 

 

▨ 어딘가에 있을 희망 ▧

 

 

 

 

 

때로는 하루가 시작되어도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는 날이 있습니다

 

소녀가 하루를 시작하려 한다. 

소녀는 아무래도 좀 우울한 듯하다.

갈색 나뭇잎들이 마음에 자꾸 내려앉는다.

 

 

 

 

 

모든 것이 점점 더 나빠지기만 합니다

 

온 방안을 뒤 덥은 우울을 어찌해보려고 밖으로 나가보지만

 

 

 

 

 

어둠이 밀려오고

 

슬피 울고 있는 거대한 물고기가 자꾸 나를 따라오고

 

 

 

 

 

아무도 날 이해하지 않습니다

 

갑갑하고 숨 막히는 세상에 갇혀 버린 소녀

 

 

 

 

세상은 귀머거리 기계

 

모두들 귀를 닫고 어디론가 바쁘게 지나쳐버리고

 

 

 

 

마음도 머리도 없는 기계

 

사다리로 올라가 보아도 모두 다 텅 빈 곳

 

 

 

 

 

때로는 기다립니다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립니다 그러나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소녀는 무엇을 기다리는 걸까

 

 

 

 

 

그리고 모든 일은 한꺼번에 터집니다

 

저 작은 배로 이 커다란 눈물을 무사히 지나갈 수 있을까

 

 

 

 

 

아름다운 것들은 그냥 날 지나쳐 가고

 

굳게 잠긴 자물쇠에는 REGRET 이라고 쓰여 있다.

 

 

 

 

끔찍한 운명은 피할 수 없습니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모든 면이 6인 주사위를 들고서

 

 

 

 

때로는 자신도 모릅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사람들이 소녀에게 원하는 것은 뭘까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디 있는지

 

 

 

 

하루가 끝나가도 아무런 희망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문득 바로 앞에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렇게 헤매다 들어온 방에 무언가

 

 

 

 

 

밝고 빛나는 모습으로 내가 바라던 그 모습으로

그건 바로 빨간 희망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람들은 우울을 겪는다.

가벼운 우울로 지쳐있다가 며칠 만에 훌훌 털고 일어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지독한 우울증으로 죽음까지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나도 살면서 두 번 정도의 우울을 앓았다.

심한 우울이 나를 덮칠 때면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되곤 했다.

그러면 정말 정말 죽을힘을 내서 침대에서 일어나

겨우 운동화를 신고 집 앞 공원을 걸었다.

그때는 그 우울이 영원할 것 같았다.

끝이 없는 동굴처럼

나만이 아는 동굴, 그래서 아무도 도와주러 오지 못하는 그런 동굴처럼 말이다.

 

그때 내가 걸었던 공원에 장미가 피려고 하던 시기이니 이제 딱 1년 전에 일이다.

지금 그때의 나를 회상하며 이 그림책을 읽는다.

그림을 보며 깜짝 놀랐다.

우울한 마음을 어찌 이리도 잘 표현해 낼 수 있을까.

작가도 분명 우울을 크게 경험했었나 보다.

그림에서 우울이 뚝뚝 흘러 넘친다.

 

그러나 작가가 정성스럽게 매 페이지마다 그려 놓은 빨간 나뭇잎을 발견하고

나는 미소 지었다.

희망을 숨겨놓았구나.

아직은 소녀가 보지 못하고 있지만

희망이 있으니 언젠가 알아보겠구나.

 

희망을 알아보기만 하면 된다.

사실은 언제나 함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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