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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16

「마음이 아플까봐」 ▨ 아파해도 괜찮아 ▧ 한 소녀가 있었습니다. 소녀의 머릿속은 온통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밤하늘의 별에 대한 생각과 바다에 대한 신비로움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소녀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때마다 기쁨에 겨웠습니다. 어느 날 소녀가 할아버지의 빈 의자를 보기 전까지 말입니다. 두려워진 소녀는 잠깐만 마음을 빈 병에 넣어두기로 했습니다. "마음이 아플까봐!" 소녀는 마음을 빈 병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목에 걸었습니다. 그러자 마음은 아프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모든 게 달라졌습니다. 별에 대한 생각도 바다에 대한 관심도 사라졌습니다. 어느덧 소녀는 세상에 대한 열정도 호기심도 잊었습니다. 병은 점점 무거워졌고 몹시 불편했습니다. 그래도 소녀의 마음만은 안전했습니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 많은 작은 아이를 만.. 2021. 11. 21.
「블랙 독」 ▨ 두려움의 실체 ▧ 어느 날, 검은 개 한 마리가 호프 아저씨네 가족을 찾아왔습니다. 검은 개를 제일 먼저 발견한 사람은 호프 아저씨였어요. "세상에!" "우리 집 앞에 호랑이만 한 검둥개가 나타났습니다!" 뒤이어 호프 아주머니가 일어났습니다. "어머나!" "여보! 우리 집 앞에 코끼리만 한 검둥개가 있는 거 알아요?" "어서 불을 다 꺼요. 녀석이 우리가 여기 있다는 걸 모르게." 다음으로 애들라인이 일어났습니다. "꺄악!" "우리 집 앞에 티라노사우루스만 한 검둥개가 있는 거 아세요?" "빨리 커튼을 닫아! 녀석이 우리를 보지 못하게." 곧이어 모리스가 일어났습니다. "으악!" "우리 집 앞에 빅 제피만 한 검둥개가 있는 거 아세요?" 가족들은 한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이불 밑에 숨어!" 호프네 아.. 2021. 10. 11.
「토라지는 가족」 ▨ 나만의 안식처 ▧ 일요일 아침, 밥을 먹으려고 모두 모여 앉았어요. 어! 그런데...... 아빠가 토라져요. 엄마가 토라져요. 할머니도, 누나도, 형도, 막내도요. 모두요. 결국 밥도 안 먹고 밖으로 나가 버렸답니다. 아빠는 토라져서 나뭇가지를 잘라요. 엄마는 공원에서 물구나무를 서요. 할머니는 분수만 바라봐요. 누나는 꽃 속에 숨었답니다. 형은 호숫가에서 돌을 던지고요. 막내는 고양이와 새들을 쫓아다녀요. 하루 종일 그렇게 토라져 있어요. 그러다 해가 기울어요. 그리고, 배고 고파요. 아무 생각나지 않고 배만 고파져요. 그때, 막내가 벌떡 일어나요.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요. 집으로 달려가요. 조약돌처럼 앉아 있던 형이, 고양이처럼 숨어 있던 누나가 따라가요. 깃털 같은 할머니가 '끄응!' 하며 일.. 2021. 10. 10.
「검은 무엇」 ▨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 ▧ 어느 날 아침 동틀 무렵이었어. 울창한 숲은 부드러운 햇빛 아래 여느 아침보다 유난히 고운 빛으로 반짝였어. 어, 그런데 저게 뭐지? 초록색, 붉은색을 찬란하게 뽐내는 나무들 사이, 바람이 지나다니는 작은 공터에 뭔가 검은 것이 있네. 도대체 저 검은 게 뭐람? 때마침 공터를 지나던 표범 한 마리가 검은 무엇을 발견했어. 살금살금 다가가 요리조리 둘러보더니 깜짝 놀랐어. "이건 내 무늬랑 똑같잖아! 어제 사냥할 때 떨어뜨린 게 틀림없어. 다른 표범에게도 무늬가 떨어지지 않게 조심하라고 말해야겠어!" 표범은 '쌩'하고 어딘가로 달려갔어. 얼마 뒤 하늘을 날던 까마귀도 검은 무엇을 보았어. 까마귀는 서둘러 아래로 내려가 부리고 검은 무엇을 뒤집어 보았지. "하늘에서 별 조각이 .. 2021. 8. 3.
「마음샘」 ▨ 마음 비추어 보기 ▧ 목이 마른 늑대가 샘으로 갔어. 샘은 아주 고요했어. 늑대가 물을 들이키려는데...... 샘에 늑대의 얼굴이 비쳤어. 겁 많고 어수룩한 토끼의 모습이었어. 깜짝 놀란 늑대가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없었지. 늑대는 겁을 주어 토끼를 쫓아 버리려 했어. 하지만 토끼는 꼼짝도 하지 않았어. '모두 나를 용감한 늑대라고 생각할 텐데 내가 토끼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어쩌지?' '날 우습게 보고 놀려 대지 않을까?' '아무에게도 들키면 안 돼!' 늑대는 몸을 숨기고 해가 지기를 기다렸어. 어두워지자 늑대는 다시 샘으로 갔어. '샘물을 다 마셔서 토끼 녀석을 없애야지.' 하지만 마시고 또 마셔도 물은 조금도 줄지 않았어. 토끼도 그대로였지. 약이 오른 늑대가 샘으로 풍덩 뛰어들었어. "잡아먹.. 2021. 7. 15.
「두 사람」 ▨ 너와 나 ▧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는 존재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나는 특히 그렇다. 에 나오는 자유로운 싱글들이 하나도 부럽지 않고 에 나오는 많은 아저씨들이 사실 난 이해가 안 된다. 그저 많은 관계들에 성공하지 못한 인생이 버거워서 피난 간 사람인 것만 같다. 하지만 그 관계들에 성공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도 잘 알고 있다. 누구나 타인과 어울려 살아야 하지만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는 마당에 나 아닌 다른 사람과 온전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게 어쩌면 언감생심 욕심일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가지던 터에 「두 사람」이라는 그림책을 만났다. 나와 또 다른 한 사람 두 사람이 되면서 모든 관계는 시작된다. 옆에 있어서 좋으나 옆에 있어서 불편한 많은 두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점이 신선하다. 두 사람.. 2021.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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