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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4

「죽은 자의 집 청소」 ▨ 죽음 언저리에서 행하는 특별한 서비스 ▧ 제목에 이끌려 무심코 집어 든 책이었다. 막연히 죽은 자들이 남긴 것들에 대한 단상이 담긴 에세이겠거니 생각하고 책을 펼쳤는데 이야기는 대부분 자살한 이들에 관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일단 예상을 빗나갔다. 작가는 죽은 이들의 남겨진 자리를 청소하는 특수 청소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자살이다. 자살은 대부분 지인들에게 알려지지 않고 자행되므로 사후 발견 시기가 턱없이 늦어질 수 있다. 시간이 대책 없이 흐르면서 시체는 부패될 것이고 구더기가 꼬일 것이고 시신이 누워있던 자리는 혈액과 분비물로 더럽혀질 것이고 종내에는 심각한 악취로 인해 이웃에 의해 발견된다. 썩은 포유류의 냄새는 너무나 유니크해서 한번 맡아본 사람을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라던 작가의.. 2021. 9. 17.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 보수 엄마와 진보 딸의 좌충우돌 공생기 ▧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는 '손여사'로 명명되는 엄마와 필자 '김 작가'가 따로 따로, 그러나 지척에 살면서 티격태격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가볍게 써 내려간 에세이다. 씩씩한 엄마와 그보다 더 씩씩한 작가가 티키타카 나누는 이야기들이 여느 모녀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으나, 그 안에서 느껴지는 살가움이 온전히 전해져서 읽는 동안 즐거웠다. 엄마가 없는 나는 이런 이야기를 읽으면 자동적으로 엄마의 부재를 떠올리게 되고 엄마와 나누고 싶은, 그러나 그럴 수 없는 수많은 말들을 목구멍으로 꿀꺽 삼켜내야 하는 나를 맞이한다. 그런데 그게 싫기도 하지만 또 좋기도 하다. 안타까움으로 엄마를 떠올려야 하는 게 싫고, 또 그렇게 그리워할 수 있는 게 좋다. 어느새 가.. 2021. 9. 6.
「어린이라는 세계」 ▨ 어린이의 세계, 우리의 세계 ▧ 「어린이라는 세계」는 어린이책 편집자로, 독서교실 선생님으로 20년 남짓 어린이들의 세계에 발 담갔던 저자 김소영의 에세이집이다. 정작 양육의 경험이 없는 저자는 아이들을 만나는 삶을 살면서도 어린이에 대해 말하는 자신이 조심스러웠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흔히들 "애를 안 키워 봐서 몰라." "키워보면 그런 말 못 하지."라는 말을 하고 또 듣는 것이 이상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저자의 글은 양육의 경험 여부를 떠나서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사람을 바라보는 태도를 고스란히 보여주며 읽는 이에게 따뜻함을 전달해 준다. 그저 그 매개가 어린이가 된 것뿐이다. 우리는 어린이와 완전히 관련 없는 삶을 살지 못한다. 누구든 어린 시절을 겪고 성인이 되고, 어른이 .. 2021. 8. 10.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 여생은 그저 덤이다 ▧ 그리하여 나는 어려운 시절이 오면, 어느 한적한 곳에 가서 문을 닫아걸고 죽음에 대해 생각하곤 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불안하던 삶이 오히려 견고해지는 것을 느꼈다. 지금도 삶의 기반이 되어주는 것은 바로 그 감각이다. 생활에서는 멀어지지만 어쩌면 생에서 가장 견고하고 안정된 시간, 삶으로부터 상처받을 때 그 시간을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말을 건넨다. 나는 이미 죽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버티고 살아갈 수 있다고.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는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김영민 교수의 국내 첫 저서다. 책은 지난 10여 년간 그가 일상과 사회, 학교와 학생, 영화와 책 사이에서 근심하고 애정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최근에는 라는 에세이도 출간되었다. 책을.. 2021.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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