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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해 읽는 책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by *소은* 2021. 9. 6.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김봄, 걷는사람, 2020

 

▨ 보수 엄마와 진보 딸의 좌충우돌 공생기 ▧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는 '손여사'로 명명되는 엄마와 필자 '김 작가'가 따로 따로, 그러나 지척에 살면서 티격태격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가볍게 써 내려간 에세이다.

  씩씩한 엄마와 그보다 더 씩씩한 작가가 티키타카 나누는 이야기들이 여느 모녀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으나, 그 안에서 느껴지는 살가움이 온전히 전해져서 읽는 동안 즐거웠다.

  엄마가 없는 나는 이런 이야기를 읽으면 자동적으로 엄마의 부재를 떠올리게 되고 엄마와 나누고 싶은, 그러나 그럴 수 없는 수많은 말들을 목구멍으로 꿀꺽 삼켜내야 하는 나를 맞이한다. 그런데 그게 싫기도 하지만 또 좋기도 하다. 안타까움으로 엄마를 떠올려야 하는 게 싫고, 또 그렇게 그리워할 수 있는 게 좋다. 

 어느새 가을이 성급 다가왔다.

 

 

사랑을 나눈다는 게 얼마나 많은 책임과 가책을 함께 하는 것인지, 도저히 말로는 옮겨지지 못할 많은 감정들이 쏟아지고 쏟아져, 깨지고 상하고, 문드러지고 휘발되어 버리는지, 조금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가끔 그런 사랑을나누는 것이 두렵기도 하다. 사랑을 믿어서인지도 모르겠다.  p. 38

 

마당을 가로지른 빨랫줄 빼곡히 우리 일곱 가족의 빨래가 걸리면 손 여사는 고봉밥을 먹고 길게 낮잠을 잤다. 젊은 손 여사가 작정하고 한풀이를 할 수 있었던 건 그런 노동의 순간뿐이었다. 그렇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어 젊고 곱던 손 여사에게 너무 미안하다.  p. 41

 

한 명의 어른만 있어도 아이는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p. 57

 

모름지기 관계는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잊히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놓쳐버린 관계에 대한 후회가 밀려들었다. p.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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