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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있는 일상

엄마의 아욱국

by *소은* 2021. 3. 11.


오늘은 엄마의 두 번째 기일이다.
그러니까 나는 엄마를 잃은 지 2년이 되었다.
모두들 그러더라.
떠난 부모를 잊히려면 적어도 3년이라는 시간은 필요하다고.
그럼 난 최소 1년은 더 슬퍼해야 하는 걸까?
1년 후부터는 조금 담담하게 그리워할 수 있을까?
모를 일이다.

제사를 지내지는 않기로 했지만, 그게 못내 섭섭했던 아빠의 마음을 받아 절충안을 마련했다.
올해부터는 엄마가 평소에 좋아하던 음식을 한 가지 만들어 가기로 한 것이다.
나는 아욱국을 떠올렸고 모두들 동의했었다.
그래서 나는 오롯이 엄마를 위한 아욱국을 만든다.

아욱을 양동이에 담고 씻어낸 후 바락바락 치댄다.
엄마에게 배운 대로다.
아욱은 걸레 빨듯 바락바락 씻어내지 않으면 풋내도 나고 거칠어서 먹기 힘들다고

누차 말했던 엄마의 음성이 아직도 선연하다.
멸치와 다시마로 육수를 내고 된장과 약간의 고추장을 풀고

한숨 죽은 아욱과 썰어 놓았던 양파와 버섯, 고추와 바지락을 넣어 끓이면 끝이다.

'엄마에게 가져갈 아욱국을 끓여야지.'

생각하고 정작 시작하기까지는 왠지 모를 무거운 마음에 손을 놀리기가 힘들더니,

만들기를 시작하니 이건 너무 금방이다.
이게 이렇게 간단한 거였다.
이렇게 쉽게 만드는 걸 난 왜 엄마 살아생전에 한 번도 대접하지 못했을까?
큰딸이 끓여준 아욱국 맛나다며 엄청 흐뭇해 하셨을 텐데.....
하릴없는 후회뿐이다.

엄마는 아욱국을 끓여 먹을 때면 자주 외할머니 얘기를 했었다.
외할머니가 고깃국 다 마다하고 당신이 끓여준 아욱국이 제일 맛있다고 했다고.
그렇게 아욱국을 앞에 놓고 할머니를 추억하던 엄마가 아직도 눈에 선한데,
이제 엄마는 없고 그 아욱국을 내가 마주보고 있다.
나도 앞으로는 아욱국을 보며 내내 엄마를 떠올리겠지.
엄마를 떠올릴 것들이 많은 것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엄마가 끓여 주던 아욱국이 너무나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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