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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있는 일상

내 인생의 첫 김치

by *소은* 2021. 3. 22.

 

 

 

 

김치를 담갔다.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말이다.

나는 내내 김치는 사서 먹을 거라고 했었다.

아님 요리 잘하는 동생한테 얻어 먹지 머!!

 

허리 아프다, 다리 아프다는 말을 달고 살면서도

시시 때때마다 계절김치를 하고야 마는 엄마가 나는 좀 뜨악했었다.

김치가 대관절 무엇이길래...... 안 만들면 큰일 나나.

김치 없어도 밥 잘 먹을 수 있는데.

저렇게 힘들어 하면서 김치를 담글 이유가 있나.

무슨무슨 김치를 담가 놓았으니 가져가라는 연락이 오면 화부터 났었다.

"허리 아프담서 무슨 또 김치!!"

 

요리를 즐겨하는 것도 아니고

하루하루 뭐 해먹어야하나가 인생 최대 고민인 나 같은 사람에게

김치 담그기는 언감생심 내가 도전할 분야가 아니었다.

그런 내가 김치를 담갔다.

이유는?

모르겠다.

나이를 먹은 모양이다.

나도 이제 김치를 만들어 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해주는 것 말고, 사 먹는 것 말고,

내가 만들어 먹는 김치가 주는 힘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파김치를 담가볼까 생각하고 레시피를 찾아보았다.

생각보다 훨씬 간단하다.

동생한테 얻어 온 찹쌀가루로 풀을 먼저 쑤고

(근데 김치에 풀을 넣어 만드는 이유를 모르겠다 ㅡㅡ;)

고춧가루, 멸치액젓, 새우젓, 설탕, 마늘, 생강, 매실청, 올리고당, 양파간 것, 통깨를 넣어 섞어준 후

쪽파의 머리부분부터 묻혀주면 끝이다.

 

간단하지만 그래도 좀 긴 시간 서있어야 하니

아닌 게 아니라 나도 허리가 아프다.

김치 만드는 일은 아무리 간단해도 품이 드는 일인 것이다.

뒷설거지까지 마치고 나니 "아이고 허리야."란 말이 절로 나온다.

 

김치 가져가라는 전화에 쪼르르 달려가 '잘 먹을게.' 한마디로 퉁치던 호시절은 끝났지만,

내가 직접 만든 첫 김치를 대하고 나니

스스로 대견하고 뿌듯한 마음이 나쁘지 않다.

엄마가 봤다면 " 왠일이니, 해가 서쪽에서 뜨겠다." 했겠지......

 

아직도 첫 경험 해야 할거 투성인 나는 

나이는 마흔도 훨씬 넘은 어린 아이나 다름없다.

 

 

 

 

 

 

 

맛있게 익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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