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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있는 일상

식물이 주는 위안

by *소은* 2021. 9. 26.

연초록 아보카도 잎

 

 

  작년 추석 선물로 받은 아보카도를 자르고

그 안에 단단히 자리 잡고 있던 커다랗고 탐스러운 씨앗을

끝내 그냥 버리지 못해 뿌리를 내렸다.


  뿌리가 내리는걸 지켜내기엔 은근한 기다림이 필요했으나

화분으로 옮겨 심고 싹을 틔운 이후로는 일사천리로 쑥쑥 자란다.

다른 나무들과 경쟁하며 빽빽한 환경에서 커야 해서

햇빛을 차지하기 위해 일단 키부터 키운다는 아보카도는

삐쭉 큰 키에 겨우 몇 개 달린 가녀린 잎들이 봄 여름의 잎마름의 노고를 이겨내느라 힘들었는데

1년을 어찌어찌 채워가니 이제 제법 살만한가 보다.

손바닥보다 길쭉해진 생그러운 잎들을 내고 있는

아보카도 작은 나무가 어여쁘다.

 

  창가에 들어오는 가을의 해를 온몸으로 받고 있는 연약한 것들을 보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은근한 힘이 난다.

조금만 힘주어 짚으면 바스러질 얇고 투명한 식물의 잎은

그 얇은 것들 사이사이를 채워나가고 짙은 초록을 만들기 위해 다분히 애쓰고 있다.


  무에서 유가 창조 되는 것은 언제나 놀랍다.

햇빛과 바람과, 내가 잊지 않고 챙겨주는 쌀뜨물 따위의 것들로

새로운 잎을 만들어 내고 잎맥을 넓히고 초록을 뽐내는 것이

여간 대견스러운게 아니다.

그 대견함을 본받고자 그 온순한 힘을 믿는 마음으로

나는 오늘도 식물을 키우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투명한 아보카도 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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