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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있는 일상

손가락 접합 수술을 받다(상처 사진 있음 주의)

by *소은* 2021. 2. 1.

손가락을 꿰매었다. 

어젯밤, 오래간만에 반찬 좀 만들어보겠다고 대파를 자르다가 내 손도 같이 잘랐다.

왼손 엄지 손가락 손톱 윗부분이 절반 이상 잘리고 그 밑의 살까지......

악! 하는 소리와 함께 흘러 내리는 피의 양을 보고 

젠장... 많이 베었다 생각했다.

아이들이 가져온 밴드로 정신없이 대강 고정해 놓고 붕대를 찾아 칭칭 감아 지혈하려는데

스멀스멀 어지럽고 식은땀이 나는 것이, 아이고~ 큰일 냈구나.......

 

끔찍한 사진 죄송합니다

 

왠만큼 지혈이 되는 거 같아 집에서 소독하고 연고 바르고 말았는데,

오늘 일어나 보니 욱신거림이 심상치 않다.

동생이 알려준 손가락 발가락 접합 수술 전문이라는 삼전동 강남수병원을 찾아갔다.

 

의사 선생님은 무심하게도 핀셋으로 잘려진 손톱을 연거푸 들어 올려 보며,

"이거 보이죠?? 밑의 살도 딸려 올라오는거? 보기보다 많이 베이셨네요. 칼로 살을 들어 올리셨나 봐요?" 하신다. (*  ̄︿ ̄)

 

"아 네.... 그런데 선생님, 그렇게 자꾸 들어 올리시면 엄청 아프거든요!!!!"하고...... 속으로 외쳤다. ( ̄﹏ ̄;)

간단한 봉합으로는 안되는 건지 수술실로 내려가란다.

엑스레이 찍고, 파상풍 주사 맞고, 항생제 반응 검사하고,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링거 달고, 수술실 고고

출산 이후 들어와 보는 생경한 수술실......

나 올해 얼마나 잘 되려고 액땜을 이리도 크게 하는 것인지......

 

녹색 천 너머에서 내 팔을 들었다 놨다 손을 폈다 오므렸다 하며 꼼꼼히 소독약을 바른다.

4번의 마취주사의 통증 이후로는 뻐근함과 당김의 느낌만 살아있다.

아 지금 바늘이 통과하고 있나 보다. 손톱을 잘라낸 건가??

 

소리와 당김의 느낌에만 집중하니 녹색천 너머가 궁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끔찍스럽기도 하고......

고개를 애써 반대편으로 돌리고 삐삐 거리는 내 바이탈 소리와 함께 수술 베드에 그렇게 무력하게 누워있으려니

이내 뜬금없는 생각이 든다.

 

몸의 상처는 이렇게 소독하고 꿰매고 하면 몇 주 안에 나을 텐데......

그리고 다 함께 아프다 아프겠다 위로해주고 위로받고, 점차 낫는 것도 확인할 수 있고...... 그래서 

사실은 참 별스럽지 않은 거구나.

그렇지만 마음의 상처는 그렇지가 못하니까.

마음속의 상처도 이렇게 들여다보고 봉합해서 나을 수 있음 얼마나 좋을까......

누가 봐도 훤히 보여서 그 아픔을 아무렇지 않게 같이 나눌 수 있음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나는 오늘 정말 별스럽지 않은 일을 하고 온 듯하다.

상처는 아물 것이고 새 손톱도 자라날 거니까.

당분간 여러 가지로 불편하겠으나,

어쩔 수 없이 나는 설거지에서 해방되는 것인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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