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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두 사람」

by *소은* 2021. 6. 25.
「두 사람 」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 그림, 이지원 옮김, 사계절, 2008


▨ 너와 나 ▧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는 존재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나는 특히 그렇다.
<나 혼자 산다>에 나오는 자유로운 싱글들이 하나도 부럽지 않고
<나는 자연인이다>에 나오는 많은 아저씨들이 사실 난 이해가 안 된다.
그저 많은 관계들에 성공하지 못한 인생이 버거워서 피난 간 사람인 것만 같다.
하지만 그 관계들에 성공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도 잘 알고 있다.
누구나 타인과 어울려 살아야 하지만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는 마당에 나 아닌 다른 사람과 온전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게
어쩌면 언감생심 욕심일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가지던 터에 「두 사람」이라는 그림책을 만났다.
나와 또 다른 한 사람
두 사람이 되면서 모든 관계는 시작된다.
옆에 있어서 좋으나 옆에 있어서 불편한 많은 두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점이 신선하다.


두 사람이 함께 사는 것은
함께여서 더 쉽고
함께여서 더 어렵습니다.


두 사람은 드넓은 바다 위 두 섬처럼 함께 살아요.
태풍이 불면 함께 바람에 휩쓸리고
해 질 녘 노을에도 같이 물들지요.
하지만 두 섬의 모양은 서로 달라서
자기만의 화산, 자기만의 폭포,
자기만의 계곡을 가지고 있답니다.


두 사람은 나란히 한쪽으로 나 있는 두 창문과 같아요.
두 창문을 통해 똑같은 것을 불 수도 있지만,
사실 둘은 다른 풍경을 보여 준답니다.


어떤 두 사람은 마치 두 개의 시계 같아요.
나란히 서서 같은 시간을 견뎌 가지요.
시계 하나는 가끔은 빠르기도 하고 가끔은 늦기도 해요.
이 시계는 신경을 써 줘야 해요.
다른 하나는 절대로 시간이 틀리지 않지만
가끔은 배터리가 떨어진답니다.


어떤 두 사람은 꽃과 줄기처럼 서로 붙어 있어요.
꽃은 아름다움과 향기로 다른 이들을 매혹하지만,
꽃을 똑바로 받쳐 주고 꽃에게 필요한 것을 주는 것은 줄기예요.
줄기 없는 꽃은 시들고 맙니다.



가끔 두 사람은 낮과 밤처럼 서로 엇갈려요
낮이 오면 밤은 물러가지요.
밤이 오면 낮은 사라져요.


가끔은 색깔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이 함께 있기도 해요.
따뜻하고 즐거운 노란색과 서늘하고 진지한 푸른색처럼요.
두 가지 색이 만나면
따뜻하고 진지하면서도 즐겁고 서늘한
들판의 색깔이 나온답니다.


어떤 두 사람은 자전거의 두 바퀴처럼 연결되어 있어요.
두 바퀴는 항상 같은 방향과 속도로 움직이지요.
바퀴 하나에 바람이 빠지면,
다른 바퀴가 멀쩡해도 더는 달릴 수 없어요.


두 사람이 함께 사는 것은
함께여서 더 어렵고
함께여서 더 쉽습니다.



너와 나가 만나면 우리는 두 사람이 된다.
두 사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세계는 무궁무진하지만
그것은 온전히 그 두 사람의 몫이다.
나는
때론 느리기도 빠르기도 해서 계속 신경 써줘야 하는 아날로그시계일까.
아님 늘 한결같지만 배터리가 다 되진 않을지 염려해야 하는 디지털시계일까.
그것만 잘 알고 있어도 어쩌면 두 시계의 관계는 편안해질 수 있다.
두 사람의 관계를 생각하기 전에
나는 노란 사람인지 파란 두 사람인 지를 먼저 생각해 보는 게 먼저겠구나를 느낀다.
파란 내가 노란 누군가를 만나 아름다운 초록을 만들어 낼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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