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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검은 무엇」

by *소은* 2021. 8. 3.

「검은 무엇」 레자 달반드 글 그림, 김시형 옮김, 분홍고래, 2020

 

▨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 ▧

 

 

 

 

 

어느 날 아침 동틀 무렵이었어. 

울창한 숲은 부드러운 햇빛 아래

여느 아침보다 유난히 고운 빛으로 반짝였어.

 

 

 

어, 그런데 저게 뭐지?

초록색, 붉은색을 찬란하게 뽐내는 나무들 사이,

바람이 지나다니는 작은 공터에 뭔가 검은 것이 있네.

도대체 저 검은 게 뭐람?

 

 

 

때마침 공터를 지나던 표범 한 마리가 검은 무엇을 발견했어. 

살금살금 다가가 요리조리 둘러보더니 깜짝 놀랐어.

"이건 내 무늬랑 똑같잖아! 어제 사냥할 때 떨어뜨린 게 틀림없어. 

다른 표범에게도 무늬가 떨어지지 않게 조심하라고 말해야겠어!"

표범은 '쌩'하고 어딘가로 달려갔어.

 

 

 

얼마 뒤 하늘을 날던 까마귀도 검은 무엇을 보았어.

까마귀는 서둘러 아래로 내려가 부리고 검은 무엇을 뒤집어 보았지.

"하늘에서 별 조각이 떨어졌구나! 

오늘 밤 하늘이 무너져서 숲이 깔릴지도 몰라."

까마귀는 다른 동물에게 알리려고 까악까악 불안한 소리를 내며 황급히 날아갔어.

 

 

 

까마귀 소리에 여우가 잠에서 깼어.

까악까악 소리가 난 쪽을 찾아갔다가, 검은 무엇을 보았어.

여우는 한참 동안 킁킁 냄새를 맡았어.

"이 게 뭘까?"

곰곰이 생각했지만, 알아내진 못했지.

 

 

 

여우는 언젠가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어.

도시에 있는 왕궁 이야기야.

"공주님이 떨어뜨린 손수건이 바람에 날아온 게 틀림없어. 

손수건을 잃어버린 공주가 울고 있겠지.

이제 곧 왕이 손수건을 찾으라고 군대를 보낼지도 몰라.

아차, 군인들이 오기 전에 모두 피하라고 말해야겠다!"

여우가 바람처럼 몸을 날려 '휙'하고 사라졌어.

 

 

 

그다음 검은 무엇을 발견한 건 사슴이었어.

사슴은 어느 기마 부대가 부러진 말발굽을 떨어뜨렸다고 생각했어.

당장에라도 기마 부대를 쫓는 적군이 들이닥칠 거라고 믿었어!

 

 

 

어둠 속에서도 잘 보는 부엉이가 검은 무엇을 발견했어.

부엉이는 그것이 용의 알이라고 생각했지.

부화한 용이 불을 뿜어서 숲을 전부 태워버릴 거라고 믿었어.

 

 

 

숲을 지나던 고양이는 검은 무엇을 보고 자기가 싼 똥이라고 생각했어.

뒷발을 '휙휙'차며 흙으로 덮는 시늉을 했어.

 

 

 

시끌벅적 숲이 난리가 났어.

저마다 자기가 뭘 보았는지 말하느라 야단이었지.

표범 무늬, 별 조각, 부러진 말발굽.

그것 말고도 세상의 검은색 물건이란 물건은 모두 이야기했지.

모두 닥쳐올 위험이 걱정되어서 큰 소리로 떠들었어.

 

 

 

그렇게 날이 가고 달이 갔어.

초록색과 붉은 나무들 사이 여전히 조그맣고 검은 무엇이 놓여 있었지.

혹시 이 검은 무엇은 멋진 나무 한 그루로 자라날 씨앗이 아닐까? 

달콤한 초콜릿 한 조각일지도 모르지.

어쩌면 동전이 가득 든 주머니일 수도 있고 말이야.

 

 

 

어쩌면 너는 검은 무엇의 정체를 알지도 몰라.

검은 무엇, 사랑스러운 무엇, 전혀 무섭지 않고 해롭지도 않은 무엇.

그러니까 이 검은 무엇이 무엇이냐 하면.......

 

 


 

동그랗게 뭉쳐져 있는 검은 무엇.

 

어느 날 갑자기 내 삶에 던져진 알 수 없는 검은 존재는 수많은 질문을 만들어 낸다.

어디서 온 것인지, 무엇에 쓰이는 것인지, 어떻게 해야 없앨 수 있는지......

검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어떤 것은 낯섦 그 자체이다.

낯선 사람, 낯선 변화, 낯선 시작, 그래서 낯선, 나.

우리는 낯선 것이 찾아오면 일단 겁부터 먹는다.

그리고는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내 몸의 일부 이기도 하고, 하늘의 별이기도 하며, 용의 알이 되기도 한다.

상상의 나래는 펼치면 펼칠수록 용감무쌍해진다.

하지만 그것을 본 동물들이 모두 모여 이야기를 나눈 후엔 어떨까?

검은 무엇의 존재는

무서운 기마부대의 말발굽에서 한낱 고양이가 싸놓은 똥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상상의 나래를 접고 낯선 것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그들은 어쩜 피식 웃음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할지도 모른다.

 

검은 무엇을 너무도 까매서 

도대체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을지 알 수 없지만

그것이 드리우는 그림자는 오색 창연 하다.

 

낯선 것에 두려워하지 말기.

그리고 함께 이야기 나누기.

그러면 검은 무엇에 들어있는 빨갛고 노랗고 파란 어여쁜 색들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마침내는 검은 무엇이 비로소 사랑스러워지겠지......

 

나에게 검은 무엇을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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