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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블랙 독」

by *소은* 2021. 10. 11.

「블랙 독」 레비 필폴드 글 그림, 천미나 옮김, 북스토리아이, 2013

 

 

▨ 두려움의 실체 ▧

 

 

어느 날, 검은 개 한 마리가 호프 아저씨네 가족을 찾아왔습니다.

검은 개를 제일 먼저 발견한 사람은 호프 아저씨였어요.

"세상에!"

"우리 집 앞에 호랑이만 한 검둥개가 나타났습니다!"

 

 

 

 

 

뒤이어 호프 아주머니가 일어났습니다.

"어머나!"

"여보! 우리 집 앞에 코끼리만 한 검둥개가 있는 거 알아요?"

"어서 불을 다 꺼요. 녀석이 우리가 여기 있다는 걸 모르게."

 

 

 

 

 

다음으로 애들라인이 일어났습니다.

"꺄악!"

"우리 집 앞에 티라노사우루스만 한 검둥개가 있는 거 아세요?"

"빨리 커튼을 닫아! 녀석이 우리를 보지 못하게."

 

 

 

 

 

곧이어 모리스가 일어났습니다.

"으악!"

"우리 집 앞에 빅 제피만 한 검둥개가 있는 거 아세요?"

가족들은 한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이불 밑에 숨어!"

 

 

 

 

 

호프네 아저씨네 가족들이 '꼬맹이'라고 부르는 막내가

무언가 수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 

바로 그때였습니다.

"다 이불 뒤집어쓰고 뭐해?"

"에이, 겁쟁이들."

꼬맹이는 다짜고짜 현관문을 벌컥 열었습니다.

"녀석이 널 잡아먹을 거야!"

"네 머리를 우적우적 깨물어 먹을 거야!"

"네 뼈를 아작아작 씹어 먹을 거야!"

하지만 꼬맹이는 어느새 나가고 없습니다.

 

 

 

 

 

문밖에서는 검둥개가 꼬맹이를 향해 고개를 내밀며 훅훅 숨을 내쉬었습니다.

"우아, 너 덩치가 진짜 크구나!

그런데 여기서 뭐하는 거니, 덩치야?"

검둥개는 킁킁 꼬맹이의 냄새를 맡았습니다.

 

 

 

 

 

"그래 좋아! 그런데 나를 잡아먹으려면, 먼저 나부터 잡아야 할걸."

그 말과 함께 꼬맹이는 가지를 낮게 드리운 나무 밑으로 총총거리며 달려갔습니다.

검둥개는 꼬맹이를 따라갔습니다......

 

 

 

 

 

꼬맹이는 꽁꽁 언 연못을 향해 쌩하니 뛰어갔습니다.

그리고 작은 다리 밑을 지나 얼음 위를 내달리며 계속 노래를 불렀습니다.

검둥개는 계속해서 꼬맹이를 따라갔습니다......

 

 

 

 

 

꼬맹이는 종종거리며 놀이터로 들어왔습니다.

주르륵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더니 뺑뺑이를 빙 돌아 달려가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검둥개는 여전히 꼬맹이를 따라갔습니다......

 

 

 

 

 

달리고 달려서 마침내 꼬맹이는 집 앞에 다다랐습니다.

꼬맹이는 고양이 문을 통과해 따뜻한 집안으로 쏙 들어갔습니다.

꼬맹이는 몸집이 정말 작았거든요.

그리고 이제는 검둥개도 그랬답니다.

 

 

 

 

 

"우적우적 씹어 먹히지 않았네!"

하고 호프 아주머니가 외쳤습니다.

"아작아작 깨물어 먹히지도 않았네!"

하고 호프 아저씨가 신이 나서 외쳤습니다.

 

 

 

 

 

"지금 보니까 하나도 안 사납네."

"우리가 어리석었어. 꼬맹이만도 못하다니."

"넌 정말 용기 있는 아이야.

저렇게 덩치 큰 무시무시한 녀석과 당당히 마주하다니."

 

 

 

 

 

"무서워할 거 하나도 없어."

그렇게 대꾸하며 꼬맹이는 난롯가로 다가갔습니다.

그 뒤를 검둥개가 졸래졸래 따라갔습니다.

 

 

 

 


 

 

생각으로 만들어낸 두려움의 크기에는 한정이 없다.

처음에는 호랑이만 했던 두려움은 코끼리의 크기로

티라노사우르스의 크기로 점점 더 커져만 간다.

삽시간에 증폭되는 두려움 자체에 대한 두려움은

우리의 생각을 갉아먹기 일쑤이다.

 

그러나

그 두려움을 직시한 후 우리는

그 크기가 사실 그렇게 무시무시하지 않다는 사실을 

종종 느끼곤 한다.

 

 꼬맹이가 그랬듯

집 밖으로 나가 마주하면 

어쩌면 한결 나아질 수도 있다.

 

집채만 했던 검둥개가

꼬맹이를 따라 

가지를 낮게 드리운 나무 밑이나

작은 다리 밑

미끄럼틀

고양이 문을 통과하며

점차 작아졌듯이

우리에게도 두려움의 크기를 작게 만들어줄

어떤 도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보면 나에게 가장 좋은 도구는

경험인 듯하다.

직접 부딪치고 생생히 겪어내는 것.

그런 경험들이 쌓이다 보면

어떤 두려운 것들은 만나도

꼬맹이의 용기를 조금 흉내 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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