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림책

「토라지는 가족」

by *소은* 2021. 10. 10.

「토라지는 가족」 이현민 글 그림, 고래뱃속, 1019

 

 

▨ 나만의 안식처 ▧

 

일요일 아침,

밥을 먹으려고 모두 모여 앉았어요.

어! 그런데......

아빠가 토라져요.

엄마가 토라져요.

할머니도, 누나도, 형도, 막내도요.

모두요.

 

 

 

 

 

결국 밥도 안 먹고 밖으로 나가 버렸답니다.

 

 

 

 

 

아빠는 토라져서 나뭇가지를 잘라요.

엄마는 공원에서 물구나무를 서요.

 

 

 

 

 

할머니는 분수만 바라봐요.

누나는 꽃 속에 숨었답니다.

 

 

 

 

 

형은 호숫가에서 돌을 던지고요.

막내는 고양이와 새들을 쫓아다녀요.

 

 

 

 

 

하루 종일

그렇게 토라져 있어요.

그러다 해가 기울어요.

그리고,

배고 고파요.

아무 생각나지 않고 배만 고파져요.

 

 

 

 

 

그때, 막내가 벌떡 일어나요.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요.

집으로 달려가요.

 

 

 

 

 

조약돌처럼 앉아 있던 

형이,

고양이처럼 숨어 있던 

누나가 따라가요.

 

 

 

 

 

깃털 같은 할머니가

'끄응!' 하며 일어나요.

 

 

 

 

 

엄마가 빙! 글!

한 바퀴를 돌아요.

 

 

 

 

 

그럼처럼 걸려 있던 아빠가

사뿐히 내려와요.

 

그렇게 다 집으로 돌아가요.

 

 

 

 

그리고,

다 함께 밥을 먹어요.

 

 

 

 

 

마치 태어나서 처음으로 먹는 것처럼요.

 

 

 

 


 

 

가족들이 모두 토라졌다.

토라진 이유가 무엇인지

마음 상한 지점이 어디인지 알 수 없지만

사실

어쩔 땐 그런 이유가 중요하지 않다.

토라졌다는 마음의 자체만 남을 뿐이다.

 

토라진 마음을 어쩌지 못해

그들은 식탁을 벗어나

각각 자신의 장소로 향한다.

 

아름다운 그들의 장소를 보며

이렇게 멋진 자신만의 안식처가 있다면

살면서 좀 자주 토라져도 괜찮겠다 

싶었다.

 

나에게는 상한 마음을 풀어놓을 나만의 장소가 있을까

 

하루 종일 계속될 것만 같았던 그들의 토라짐을 멈춘 것은

다름 아닌 배고픔이다.

다친 마음을 비워내고 비로소 느껴지는 허기는

가족들을 다시 한데 모은다.

 

식구.

같이 밥을 먹는 사람들.

 

함께 밥을 먹는 식구들은 가족이 되고

가족은 같이 밥을 먹는 게 당연지사다.

 

마치 태어나서 처음으로 먹는 것처럼 식사를 마친 가족들은

특별한 이유 없이 토라진 것처럼

슬그머니 풀어진 서로를 알아챌 것이다.

 

가족이란 그런 것 인가 보다.

 

 

 

반응형

'그림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이 아플까봐」  (0) 2021.11.21
「블랙 독」  (0) 2021.10.11
「검은 무엇」  (2) 2021.08.03
「마음샘」  (2) 2021.07.15
「두 사람」  (4) 2021.06.2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