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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읽는 책

「우리 할머니는 페미니스트」

by *소은* 2021. 8. 2.

「우리 할머니는 페미니스트」 이향 글, 김윤정 그림, 지학사아르볼 엮음, 2019

 

 ▨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꿈꿔요 ▧

 

 할머니와 페미니스트? 언뜻 생각하면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이다. 하지만 '우리 할머니는 페미니스트 (이향 글, 김윤정 그림, 지학사아르볼 엮음)' 를 통해 페미니즘, 페미니스트라는 단어가 우리의 주변과 일상에 크게 벗어나지 않음을 알 수 있게 된다. 우리가 흔하게 겪고 있으나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성 불평등과 양성평등에 대한 잘못된 인식, 그에 대한 할머니의 친절한 해결방안이 담겨있는 초등 4학년 이상이 읽기 좋은 동화이다.  

 

  책은 하준이네의 아침 풍경으로 시작한다. 엄마에게 아침은 남편과 아이들 식사를 준비하고 출근, 등교시킨 후 비로소 자신이 나갈 준비를 해야 하는 전쟁터 같은 분주함 그 자체이다. 그러는 사이 아빠의 눈은 스마트폰에 고정되어 있을 뿐이다. 하준이는 이런 엄마의 모습을 보고 의문을 품는다. '엄마는 아침마다 왜 이렇게 바쁜 걸까?' 혼자 집안일을 모두 책임져야 하는 엄마의 모습이 일상적이지만 무언가 이상하다. 

 

 또한 하준이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남자는 왜 슬퍼도 울면 안 되는 것일까? 슬픈 영화를 보면 눈물이 나오는 것이 당연한데 찔찔이라고 놀림을 당하니 속상하다. 남자니까 무거운 것도 들어야 하고 힘도 세야 하고, 겁도 없어야 한다니, 이것 또한 남녀 차별이 아닌가. 유난히 외모에 신경 쓰게 된 하연이 누나는 어떤가?. 남자 친구가 좋아하는 걸그룹 멤버처럼 꾸미고 다이어트를 위해 밥을 적게 먹어도 연예인처럼 예뻐질 자신이 없어진 누나는 평소의 당당한 모습을 잃고 의기소침해진다.  

 

 책은 이러한 에피소드를 하나씩 소개하며 역차별이라는 건 무엇인지, 성 상품화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와 같은 양성평등의 개념과 페미니즘의 이해를 돕는 글을 실어 그 이해를 돕고 있다. 아이들이 생활 속에서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일들로, 초등 5학년인 하준이의 눈높이에서 충분히 느끼고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할머니 따뜻한 제안은 그들을 변화시킨다.

 

 엄마만 분주했던 하준이네 아침이 달라진 계기도 페미니스트 할머니와 같이 살게 된 이후부터이다. 할머니는 집안일을 나눠서 하자는 제안을 시작으로 남녀가 모두 평등한 하준이네 집과 보람마을을 만들기 위한 변화를 꾀한다. 고등학생 딸의 짧은 교복 치마와 늦은 귀가 시간을 나무라는 504호 아저씨와, 무서운 짐 나르는 일은 남자인 경비 아저씨에게 모두 미루어 버리는 여성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멋쟁이 김순례 여사님이다.

 

 페미니즘이란 오랫동안 남성과 여성이 평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그 격차를 줄이기 위한 움직임의 일환이다. 하지만 오랜 세월 일상적으로 굳어진 잘못된 성 역할과 성 인식을 쉽게 바꾸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역차별이나 여성 혐오와 같은 부작용도 겪고 있다. 페미니즘은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남녀 모두 평등한 기회를 가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여자라서, 남자이기 때문에 겪는 불평등이 불편하다면 우리는 이미 페미니스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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