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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읽는 책

「톨스토이 단편선」

by *소은* 2021. 5. 22.
「톨스토이 단편선」 L.N.톨스토이 지음, 권희정 · 김은경 옮김, 이일선 그림, 인디북, 2005

▨ 사람이 살아가는 것은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1864~1869), 에 이어 「안나 카레니나」(1873~1876)을 완성하였다. 그 후 죽음에 대한 공포와 삶에 대한 무상 등에 심한 정신적 동요를 일으켜 종교에 의탁하였다. 이때가 그의 전향기로서 「교의신학비판」(1880), 「참회록」(1882), 「나의 신앙」(1884)등을 통하여 사상을 체계화시켰고 이를 보통 '톨스토이 주의'라고 한다. 이후 유명한 「부활」(1899)이 탄생하였다.
「톨스토이 단편선」은 1880년대 쓰여진 단편들로, 그가 종교에 의탁한 시기로서, 톨스토이의 신앙심과 신에 대한 사랑이 가득한 경건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수록된 작품들은 이러하다.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버려 둔 불꽃이 집을 태운다
. 두 노인
. 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
. 바보 이반의 이야기
. 작은 악마와 빵 조각
. 사람에겐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 달걀만한 낟알
. 빈 북
. 수라트의 찻집
.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저는 모든 사람이 자신을 위한 걱정이 아니라 사랑으로 산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어머니는 자신의 아이들이 실가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알지 못했습니다. 어떤 사람도 저녁이 다가올 때 자신의 육신을 위해 장화가 필요할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시신을 위해 실내화가 필요할 것인지 알지 못합니다.
사람이 되었을 때 저는 제 자신을 돌보는 것이 아니라 지나가는 사람이 베푼 사랑 때문에, 그리고 그와 그의 아내가 저를 불쌍히 여기고 사랑했기 때문에 살 수 있었습니다. 고다들은 그들을 안아 준 어머니의 보살핌이 아니라, 그들을 불쌍히 여기고 사랑했던 한 낯선 여자의 가슴 안에 있는 사랑 때문에 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그들 자신의 행복을 위한 생각이 아니라, 사람에게 존재하는 사랑 때문에 사는 것입니다.
저는 신이 사람에게 생명을 주시고 그들이 살기를 바라신다는 것 알고 있었고, 이제 그 이상의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중에
&lt;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gt; 삽화

하지만 얘야! 보지 못하는 건 바로 너야. 악의가 널 눈멀게 하고 있어. 다른 사람의 죄는 네 눈앞에 있지만, 네 죄는 너의 등 뒤에 있다. (중략) 만일 가브리엘 혼자만 나쁜 짓을 했다면 다툼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겠니? 사람들 간의 다툼이 어디 한 사람에 의해 생겨난 적이 있다더냐? 다툼은 언제나 두 사람 사이에 발생한다. 너는 가브리엘의 나쁜 점을 보면서 정작 자신의 나쁜 점은 보지 않아. 만약 가브리엘이 나쁘고 네가 옳다면, 다툼은 일어나지 않을 게다.
- <버려진 불꽃이 집을 태운다> 중에

"난 그 일을 미루지 말고 당장 떠나야 한다고 생각해. 봄이 최적기야."
"물론 봄이 가장 좋지만, 이 집은 어떡하나? 이렇게 놔두고 내가 어떻게 떠날 수 있어?"
"자네가 아니면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처럼 말하는군! 자네 아들이 있지 않은가?"
"내 큰아들은 믿음직스럽지가 못해. 이따금 술을 지나치게 마시거든."
"이보게, 우리가 죽으면 자식들은 우리 없이 살아야 하네. 이제 자네 아들에게 경험을 쌓게 할 때야."
"자네 말이 맞네만, 여하간 누구나 어떤 일을 시작하면 그 일을 끝내고 싶어 하지."
"우린 우리가 해야 할 모든 일을 결코 다 끝낼 수가 없네. 지난번에 부활절을 맞아 집안 여자들이 빨래를 하고 대청소를 했었지. 여기에 이 일도 해야 하고 저기에 저 일도 해야 하고, 결국 모든 일을 끝낼 수가 없었더. 그때 현명한 내 큰며느리가 이렇게 말하더군. "축일이 우릴 기다리지 않고 찾아오는 걸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절대 모든 걸 준비하지는 못할 테니까요." - <두 노인> 중에

"아닙니다." 작은 악마가 말했다.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한 일은 농부가 필요 이상의 곡물을 갖게 한 것밖에 없습니다. 짐승의 피는 항상 인간에게 흐르고 있죠. 하지만 인간에게 곡물이 필요한 만큼만 있을 때 그 피는 몸 안에서만 머무릅니다. 농부는 그런 상태였을 때 자신의 마지막 빵조각을 아까워하지 않았죠. 하지만 곡물이 남아돌게 되자 그것으로 즐거움을 누릴 방법을 찾았지요. 그래서 제가 음주하는 즐거움을 알려 주었습죠! 그래서 농부가 하느님이 준 좋은 선물을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술로 바꾸었을 때, 그자 안에 있던 여우, 이리, 돼지의 피로 분출구를 찾은 겁니다. 그자는 계속 술을 마시는 한, 항상 짐승처럼 굴 것입니다!" - <작은 악마와 빵조각> 중에

바슈키르 사람들은 혀를 차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바흠의 하인은 가래를 집어 들고 그가 들어갈 만한 크기의 무덤을 팠다. 그리고 그를 묻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6피트인 그가 묻힌 공간이 그에게 필요한 땅의 전부였다. - <사람에겐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중에



몇 년 전에 읽었던 「안나 카레니나」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한 나는 이번 책 「톨스토이 단편선」을 읽고 그 다른 스타일에 사뭇 놀랐다. 톨스토이는 각 단편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야기의 주제에 맞는 성경 구절들을 실음으로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신의 말씀을 직접적으로 전달하고 전파하기에 두려움이 없는 듯 보였다. 정신적 고통을 종교로 인하여 안식하고 평온함을 얻고자 했던 톨스토이의 마음이 한 편 한 편 절절하게 담겨 있다. 나는 종교는 없지만 성경 말씀은 때때로 사람의 마음을 무한정 편안하게 만드는 힘이 있음을 안다. 그리고 누군가가 나를 사랑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면 (그 존재가 신이든 아니든) 그것 만으로도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 줄도 잘 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아이들 뿐 아니라 마음의 여유 없이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내고 있는 성인들에게도 큰 안식이 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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