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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읽는 책

「딱, 일곱 명만 초대합니다!」

by *소은* 2021. 5. 7.
「딱, 일곱 명만 초대합니다!」 오채 지음, 한지선 그림, 문학과지성사, 2019



▨ 너의 선택을 응원해 ▧


「딱, 일곱 명만 초대합니다!」(오채 지음, 한지선 그림, 문학과지성사, 2019)는 상상 여행을 통해 '선택'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느끼는 아이들의 심리변화를 잘 표현한 창작동화이다. 보통 아이들이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선택이란 받고 싶은 생일 선물을 고르는 일 정도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절체절명의 순간에 사랑하는 사람을 버려야만 하는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면 어떨까?

아이들은 빔 프로젝트를 통해 상상 여행을 떠난다. 코로나 시대에 재조명되고 있는 랜선 여행과 다름 아니다. 화면을 통해 보여지는 바닷물이 고여 만들어진 거대한 호수, 거울 사막이라는 공간의 신비로움은 아이들의 기대감을 부풀린다. 함께 여행 하고 싶은 7명을 초대하자는 선생님의 제안에 아이들은 7장의 작은 종이에 초대 명단 이름을 하나하나 채워 넣는다. 주인공는 7명을 선택하는데 꽤 어려움을 겪는다. 사고뭉치 미운 7살 동생 은찬이를 빼고 조카 하준이와 이모를 선택하는 마음, 할머니들 중 누구와 함께 할지 고민하다 마침내 외할머니로 결정하게 되는 그 이유나 심정들이 애틋하다. 어렵사리 소중한 사람 7명을 추려내고 여행을 시작하지만, 그 과정이 그리 순탄치 많은 않다. 비행기는 난기류를 만나고, 자동차가 고장 나는가 하면, 낙타는 신기루에 빠져서 그때마다 아이들은 소중한 사람들 중 누군가를 남겨야만 하는 선택을 강요당하는 것이다.

제일 먼저 친구 둘을 남겨야 했던 주인공은 그들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끼며 그 친구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에 대해 새삼 떠올리게 된다. 이름이 적힌 종이를 구겨 바닥에 버려야 할 때마다 아이는 마음이 아프다. 아빠를 남겨야 하는 대목에서는 '가족이 모두 함께 있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그때는 정말 몰랐어요' (p.55)라며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고 진심으로 슬퍼한다. 이렇게 위험한 여행일 줄 알았다면 하준이는 절대 데려오지 않았을 것이고, 겁 많은 은찬이를 데려오지 않은 건 정말 잘한 일이라는 아이의 마음은 그 갈등을 잘 드러내고 있다.

굶은 선과 단순한 그림 선명한 빨강, 노랑, 파랑이 주를 이루고 있는 이 책의 그림체는 상상여행이라는 테마에 맞게 현실성보다는 직관적인 그림으로 아이들의 상상력을 더욱 고조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친구들을 낭떠러지로 떨어뜨리는 표현이나, 버려진 종이 위로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그림은 주인공의 힘든 선택의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독자들에게 전달해 준다.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여행을 마친 아이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거울 사막의 하늘은 저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어요. 이렇게 멋진 하늘이 자기의 아름다움을 모를까 봐 거울 사막이 거울이 되어 비춰 주나 봐요.' (p. 80) 이 문장으로 그 대답을 대신 할까 한다. 아이들은 힘든 선택의 시간을 거쳐 거울 사막의 하늘처럼 자신의 마음을 비춰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을 것이다. 마치 여행이 끝나고 하준이 대신 동생 은찬이의 이름을 적어 넣는 주인공의 마음처럼 말이다. 선택한다는 것은 그것의 옳고 그름에 상관없이 아이들의 성장에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 분명하다. 그들의 선택을 지지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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