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이들과 읽는 책

「위저드 베이커리」

by *소은* 2021. 1. 24.
위저드 베이커리
국내도서
저자 : 구병모
출판 : 창비(창작과비평사) 2009.03.27
상세보기

▨ 선택과 책임 ▧

 '긍정이나 부정, 자기가 바라던 어느 쪽의 변화든 간에 이것은 물질계와 눈에 보이지 않는 비 물질계의 질서에 변화를 일으키는 일입니다. 따라서 모든 마법의 이용 시 그 힘이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명심하십시오.'

'모든 마법은 자기에게 그 대가가 돌아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자신의 행위로 인한 결과에 책임질 수 있는 분만 가입하시기 바랍니다.' (p. 63)

 

 이런 경고문이 붙은 마법사의 빵집 홈페이지가 있다면 자신 있게 '동의합니다' 체크박스를 누르고 가입할 수 있을까? 오븐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신비한 마법의 세계가 존재하는 마법의 빵가게 위져드 베이커리. 마법력이 가득한 빵과 과자들, 악마의 시나몬 쿠키, 마인드 커스터드푸딩, 브로큰 하트 파인애플 마들렌, 메모리얼 아몬드 스틱, 그리고 아직 출시 전인 타임 리와인더까지...... 이름도 마법도 다양한 위져드 베이커리의 매력이 듬뿍 담긴 이런 상품을 안 사고 버틸 재간이 있을까? 긍정적인 효과일지 부정적인 효과일지 자신이 고른 상품을 사용하고 그 후의 결과까지 기꺼이 책임질 수 있다면 말이다. 

 

 지금 사람들이 마법의 과자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건 당장의 물리적이고 물질적인 필요보다는 대체로 추상적이고 감정적인 문제 때문, 과열된 감정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수소를 가득 담은 풍선만큼이나 끝없이 상승할 수 있다. 감정과 풍선의 공통점은 비가시권의 높이에서 제풀에 폭발해 버린다는 것. 

 그에 비하면 현실이란 그넷줄이나 위로 튀어 오르는 공과 같이 얼마나 건조하고 절망적인지. (p. 139)

 

 그렇다. 현실은 너무나 팍팍하다. 하루하루를 견뎌내야만 하는 사람들, 과거나 미래에 매달려 현실이 불행한 사람들에게 즉각적인 효과를 가져다주는 마법의 쿠키 한 조각이 얼마나 매력적일까? 그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릇된 선택을 한다면 결국 감당하지 못할 결과로 후회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인생은 순간순간의 선택의 연속인데, 크던 작던 그 선택의 책임은 모두 나에게 있다. 그걸 잊는다면 아마도 팍팍한 현실은 더욱더 절망적일 것이다. 

 

 작가는 책의 결말을 두 버전으로 써놓았다. 주인공의 다른 선택과 그 선택에 따른 다른 결말이 이색적이다. 책을 끝까지 읽고 자신이 마음에 드는 결말을 생각해 보는 것도 즐겁겠다. 

 

 "숙명과 현상의 관계는 닭과 달걀 같아. 약간 종교적 관점에서 보자면 모든 사람과 사물과 사건은 이유를 갖고 거기 있는 거라고들 해.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라. 아무런 목적도 의지도 없는 채로 우연히 거기 있었던 것들이 서로를 향해 손을 뻗으면서 그때부터 이유를 만들어간다고 해. 그렇게 만들어진 이유들의 흩어짐이 대원리 또는 숙명을 이뤄." (p. 121)

반응형

'아이들과 읽는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몬드」  (8) 2021.07.22
「톨스토이 단편선」  (17) 2021.05.22
「딱, 일곱 명만 초대합니다!」  (10) 2021.05.07
「회색 인간」  (5) 2021.04.20
「달러구트 꿈 백화점」  (0) 2021.01.2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