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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독」 ▨ 두려움의 실체 ▧ 어느 날, 검은 개 한 마리가 호프 아저씨네 가족을 찾아왔습니다. 검은 개를 제일 먼저 발견한 사람은 호프 아저씨였어요. "세상에!" "우리 집 앞에 호랑이만 한 검둥개가 나타났습니다!" 뒤이어 호프 아주머니가 일어났습니다. "어머나!" "여보! 우리 집 앞에 코끼리만 한 검둥개가 있는 거 알아요?" "어서 불을 다 꺼요. 녀석이 우리가 여기 있다는 걸 모르게." 다음으로 애들라인이 일어났습니다. "꺄악!" "우리 집 앞에 티라노사우루스만 한 검둥개가 있는 거 아세요?" "빨리 커튼을 닫아! 녀석이 우리를 보지 못하게." 곧이어 모리스가 일어났습니다. "으악!" "우리 집 앞에 빅 제피만 한 검둥개가 있는 거 아세요?" 가족들은 한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이불 밑에 숨어!" 호프네 아.. 2021. 10. 11.
「토라지는 가족」 ▨ 나만의 안식처 ▧ 일요일 아침, 밥을 먹으려고 모두 모여 앉았어요. 어! 그런데...... 아빠가 토라져요. 엄마가 토라져요. 할머니도, 누나도, 형도, 막내도요. 모두요. 결국 밥도 안 먹고 밖으로 나가 버렸답니다. 아빠는 토라져서 나뭇가지를 잘라요. 엄마는 공원에서 물구나무를 서요. 할머니는 분수만 바라봐요. 누나는 꽃 속에 숨었답니다. 형은 호숫가에서 돌을 던지고요. 막내는 고양이와 새들을 쫓아다녀요. 하루 종일 그렇게 토라져 있어요. 그러다 해가 기울어요. 그리고, 배고 고파요. 아무 생각나지 않고 배만 고파져요. 그때, 막내가 벌떡 일어나요.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요. 집으로 달려가요. 조약돌처럼 앉아 있던 형이, 고양이처럼 숨어 있던 누나가 따라가요. 깃털 같은 할머니가 '끄응!' 하며 일.. 2021. 10. 10.
「토지 8」 ▨ 월선의 죽음 ▧ 월선이 생을 다했다. 용이가 찾아 올 것이라는걸 굳게 믿은 월선과 내가 갈때까지는 살아있으리라는 것을 역시 굳게 믿고 있었덧 용이. 그들의 사랑의 깊음을 절절히 느낄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이들의 사랑이 부부들의 그것처럼 일상적인 생활에서 영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또 그랬기에 끝까지 빛날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할 수 있는 만큼 사랑했고 그래서 여한없이 죽을 수 있다는 월선이의 마지막 말이 인상깊다. 하긴 그녀에겐 친엄마 보다 자신을 끔찍히 여기는 홍이가 있었으니까. 한편 홍이의 친모, 임이네의 끝간데 없는 악다구니는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이다. "아까 혜관께서는 회피를 하십디다만 그 사람한테 신념이 있는가 그게 문제요. 투철하지요. 그러나 투철하다 하여 그것을 신념으로 보는 것.. 2021. 10. 2.
「미래가 불타고 있다」 ▨ 기후 재앙 대 그린 뉴딜 ▧ 「미래가 불타고 있다」의 내용은 대부분 클라인이 기후 변화와 관련해서 10년 동안 써온 장문의 기사와 논평 그리고 대중 강연 원고로 구성되어 있고, 새로 쓴 서문과 후기가 실렸다. 70페이지가 넘는 서문에서 클라인은 10년의 세월 동안 보고 느낀 기후 위기와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주류 정치인들과 고통을 겪고 있는 소수자들 등의 여러 각도의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프랭클린 루즈밸트의 뉴딜 정책을 본보기로 삼아 입안된 기후 정책인 그린 뉴딜은 내가 평소에 생각했던 환경보호 실천의 차원을 넘어서 세계의 시장 체계를 빠른 시일 내에 바꾸고 이제 극에 달한 기후 위기를 벗어나야 한다고 역설한다. 환경책을 읽는다고 생각했는데 대부분이 정치 경제 이야기라는 점에서 놀라웠는데, 그.. 2021. 9. 27.
식물이 주는 위안 작년 추석 선물로 받은 아보카도를 자르고 그 안에 단단히 자리 잡고 있던 커다랗고 탐스러운 씨앗을 끝내 그냥 버리지 못해 뿌리를 내렸다. 뿌리가 내리는걸 지켜내기엔 은근한 기다림이 필요했으나 화분으로 옮겨 심고 싹을 틔운 이후로는 일사천리로 쑥쑥 자란다. 다른 나무들과 경쟁하며 빽빽한 환경에서 커야 해서 햇빛을 차지하기 위해 일단 키부터 키운다는 아보카도는 삐쭉 큰 키에 겨우 몇 개 달린 가녀린 잎들이 봄 여름의 잎마름의 노고를 이겨내느라 힘들었는데 1년을 어찌어찌 채워가니 이제 제법 살만한가 보다. 손바닥보다 길쭉해진 생그러운 잎들을 내고 있는 아보카도 작은 나무가 어여쁘다. 창가에 들어오는 가을의 해를 온몸으로 받고 있는 연약한 것들을 보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은근한 힘이 난다. 조금만 힘주어 짚으면.. 2021. 9. 26.
「죽은 자의 집 청소」 ▨ 죽음 언저리에서 행하는 특별한 서비스 ▧ 제목에 이끌려 무심코 집어 든 책이었다. 막연히 죽은 자들이 남긴 것들에 대한 단상이 담긴 에세이겠거니 생각하고 책을 펼쳤는데 이야기는 대부분 자살한 이들에 관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일단 예상을 빗나갔다. 작가는 죽은 이들의 남겨진 자리를 청소하는 특수 청소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자살이다. 자살은 대부분 지인들에게 알려지지 않고 자행되므로 사후 발견 시기가 턱없이 늦어질 수 있다. 시간이 대책 없이 흐르면서 시체는 부패될 것이고 구더기가 꼬일 것이고 시신이 누워있던 자리는 혈액과 분비물로 더럽혀질 것이고 종내에는 심각한 악취로 인해 이웃에 의해 발견된다. 썩은 포유류의 냄새는 너무나 유니크해서 한번 맡아본 사람을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라던 작가의.. 2021.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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