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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해 읽는 책37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 젊음의 아픔 ▧ 김금희의 소설집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는 치기 어린 젊음의 날들을 통과하면서 겪게 되는 불안과 흔들림, 아픔의 진통을 겪어내는 이들의 살아냄에 대해 쓴 단편들의 묶음이다. 젊음에는 막연한 미래의 두려움도 늘 디폴트로 담겨 있기 나름이지만 또 하나 늘 따라오는 주제는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 아닐까 한다. 미숙함으로 인해 완성할 수 없었던 사랑의 순간들이 각 작품마다 담겨 있는데 그것을 읽는 내내 안타까움보다는 풋풋함은 느끼게 되는 나는 이제 너무 나이가 많은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ㅠㅠ 소설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이러하다. 우리가 가능했던 여름 크리스마스에는 마지막 이기성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기괴의 탄생 깊이와 기울기 초아 그렇게 해서 아프게 하면, 고통이 느껴지면 기.. 2021. 10. 28.
「인생수정」 ▨ 가족의 안과 밖 ▧ 「인생수정」은 가족 이야기이다. 전미 도서상, 선정 100대 영문 소설, 선정 올해 최고의 책이라는 타이틀에 빛난다. 700페이지가 넘는 두께의 압박감을 떨치고 읽기 시작했으나, 무수히 나오는 미국의 장소와 물건들과 그들의 문화들이 익숙지 않아 내용들이 쉽게 다가오지가 않는다. 이런 말들이 소설을 끌어가는데 중요한 요소인가 싶게 길게 이어지는 설명들은 책을 포기하지 않고 읽기 쉽지 않게 지루하기도 했다. 한국 작가가 쓴 한국 소설이었다면 좀 더 재미있게 읽었을까. 쇼펜하우어의 말을 인용하기를 좋아하는 비관적이고 독단적인 아버지 알프레드와 온가족이 크리스마스에 모이길 일 년 내내 기대하고 사는 집요함이 무서운 어머지 이니드. 완벽한 아들, 완벽한 남편과 아빠이고 싶지만 사실을 그 모.. 2021. 10. 16.
「토지 8」 ▨ 월선의 죽음 ▧ 월선이 생을 다했다. 용이가 찾아 올 것이라는걸 굳게 믿은 월선과 내가 갈때까지는 살아있으리라는 것을 역시 굳게 믿고 있었덧 용이. 그들의 사랑의 깊음을 절절히 느낄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이들의 사랑이 부부들의 그것처럼 일상적인 생활에서 영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또 그랬기에 끝까지 빛날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할 수 있는 만큼 사랑했고 그래서 여한없이 죽을 수 있다는 월선이의 마지막 말이 인상깊다. 하긴 그녀에겐 친엄마 보다 자신을 끔찍히 여기는 홍이가 있었으니까. 한편 홍이의 친모, 임이네의 끝간데 없는 악다구니는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이다. "아까 혜관께서는 회피를 하십디다만 그 사람한테 신념이 있는가 그게 문제요. 투철하지요. 그러나 투철하다 하여 그것을 신념으로 보는 것.. 2021. 10. 2.
「미래가 불타고 있다」 ▨ 기후 재앙 대 그린 뉴딜 ▧ 「미래가 불타고 있다」의 내용은 대부분 클라인이 기후 변화와 관련해서 10년 동안 써온 장문의 기사와 논평 그리고 대중 강연 원고로 구성되어 있고, 새로 쓴 서문과 후기가 실렸다. 70페이지가 넘는 서문에서 클라인은 10년의 세월 동안 보고 느낀 기후 위기와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주류 정치인들과 고통을 겪고 있는 소수자들 등의 여러 각도의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프랭클린 루즈밸트의 뉴딜 정책을 본보기로 삼아 입안된 기후 정책인 그린 뉴딜은 내가 평소에 생각했던 환경보호 실천의 차원을 넘어서 세계의 시장 체계를 빠른 시일 내에 바꾸고 이제 극에 달한 기후 위기를 벗어나야 한다고 역설한다. 환경책을 읽는다고 생각했는데 대부분이 정치 경제 이야기라는 점에서 놀라웠는데, 그.. 2021. 9. 27.
「죽은 자의 집 청소」 ▨ 죽음 언저리에서 행하는 특별한 서비스 ▧ 제목에 이끌려 무심코 집어 든 책이었다. 막연히 죽은 자들이 남긴 것들에 대한 단상이 담긴 에세이겠거니 생각하고 책을 펼쳤는데 이야기는 대부분 자살한 이들에 관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일단 예상을 빗나갔다. 작가는 죽은 이들의 남겨진 자리를 청소하는 특수 청소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자살이다. 자살은 대부분 지인들에게 알려지지 않고 자행되므로 사후 발견 시기가 턱없이 늦어질 수 있다. 시간이 대책 없이 흐르면서 시체는 부패될 것이고 구더기가 꼬일 것이고 시신이 누워있던 자리는 혈액과 분비물로 더럽혀질 것이고 종내에는 심각한 악취로 인해 이웃에 의해 발견된다. 썩은 포유류의 냄새는 너무나 유니크해서 한번 맡아본 사람을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라던 작가의.. 2021. 9. 17.
「시선으로부터,」(큰글자책) ▨ 죽은 이를 추억하며 나를 위로하다 ▧ 「시선으로부터,」는 제사 문화를 강력하게 거부했던 예술가 심시선의 죽움 10년 후, 그의 아들 딸과 손자 손녀들이 그녀가 살았었던 하와이로 가서 딱 한번 그녀를 위한 제사를 지내기로 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그들은 각각 심시선의 제사상에 올리고자 하는 유형의 무형의 것을 찾아 나감으로, 떠난이를 추억하며 동시에 자신 스스로를 위로한다. 시선으로부터 뻗어 나온 가지들은 세어보니 12명이다. 12명의 인물들이 각자의 기억대로 떠난 이를 떠올리는 방식이 참 다르다. 관계란 여지없이 일대일 인가보다. 12명의 직업이나 상황들이 너무나 유니크해서 좀 생뚱맞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반면에 그 낯설음이 책을 끌고 가는 힘이 되었던 듯도 싶다. 나의 할머니 시대에 심시선.. 2021.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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