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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마음이 아플까봐」

by *소은* 2021. 11. 21.

「마음이 아플까봐」 올리버 제퍼스 글 그림, 이승숙 옮김, 아름다운사람들, 2010

 

▨ 아파해도 괜찮아 ▧

 

한 소녀가 있었습니다.

 

 

 

소녀의 머릿속은 온통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밤하늘의 별에 대한 생각과

 

 

 

바다에 대한 신비로움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소녀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때마다 기쁨에 겨웠습니다.

 

 

 

어느 날 소녀가 할아버지의 빈 의자를 보기 전까지 말입니다.

 

 

 

두려워진 소녀는 잠깐만 마음을 

빈 병에 넣어두기로 했습니다.

"마음이 아플까봐!"

 

소녀는  마음을 빈 병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목에 걸었습니다.

 

그러자 마음은 아프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모든 게 달라졌습니다.

별에 대한 생각도

바다에 대한 관심도 사라졌습니다.

 

 

 

어느덧 소녀는 세상에 대한 

열정도 호기심도 잊었습니다.

 

병은 점점 무거워졌고

몹시 불편했습니다.

 

그래도 소녀의 마음만은 안전했습니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 많은 작은 아이를 만나지 못했다면

소녀는 여전히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을 것입니다.

 

소녀도 아이의 물음에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알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마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 소녀는 마음을 꺼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방법을 몰랐습니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병은 깨지지 않았습니다.

 

그저 통통 튀어서 데굴데굴......

 

 

 

바다로 굴러갔습니다.

그곳에는 호기심 많은 작은 아이가 있었고

아이는 방법을 아는 듯했습니다.

 

바로 그때 아이가......

 

 

 

마음을 꺼냈습니다.

 

마침내 마음은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이제 의자는 채워졌고

 

 

 

병은 비었습니다.

 

 

 


 

할아버지의 부재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소녀는

슬픔을 표현하는 대신 병 속에 넣는다.

병 속에 들어간 마음은 안전해지지만

대신 세상의 모든 것으로부터 소녀를 차단한다.

 

그림에 표현된 소녀의 마음은 실제 심장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마음을 병에 넣어 목에 걸고 불편하게 살아가지만 

사실은 진짜 삶을 살고 있지 못하다.

 

어른이 된 소녀가 그것을 깨닫고

마음을 다시 꺼내려고 해도 쉽지 않다.

망치로 두드리고, 높은 곳에서 떨어뜨려 마음을 꺼낸 들

 그 마음이 온전할까.

 

반면 호기심어린 작은 아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마음을 꺼내는 장면은 그래서 의미가 깊다.

그저 손을 쓱 넣어 잡아 꺼냈을 것이 분명한

그 손쉬운 과정을 우리는 왜 늘 어렵게만 풀어갈까.

 

아프면 아픈데로, 고통스러우면 고통스러운 데로

마음을 살살 다스려 가며, 들여다 보며, 

드디어 할아버지의 빈 의자 앞에 꼿꼿이 서있는 소녀는

이제 무서울 것이 없다.

드디어 모든 세상과 마주하게 되었으니까.

아픈 마음도 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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