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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해 읽는 책

「나의 사촌 레이첼」

by *소은* 2021. 2. 8.

「나의 사촌 레이첼」 대프니 듀 모리에 지음, 변용란 옮김, 현대문학 (2017)

 

《 옛날엔 포터닝스에서 교수형이 집행되었다.

   하지만 더는 아니다. ≫

 

「나의 사촌 레이첼」은 이 두 문장으로 시작해서 이 두 문장으로 끝난다. 

예전엔 사형수를 5주간 교수대에 매달아 지나가는 모든 행인이 볼 수 있게 했었고, 주인공 필립도 그 행인들 중 하나였다. 

(그 사형수는 잔소리를 좀 한다고 아내를 죽인 남편이었다.)

 

" 잘 봐둬라, 필립." 그가 말했다. "우린 누구나 결국엔 저 꼴이 된단다. 어떤 이는 전쟁터에서, 어떤 이는 잠자리에서, 또 다른 이들은 운명에 따라서 말이지. 피할 방법은 없어. 넌 너무 어려서 모를 거다. 하지만 흉악범의 죽음은 이런 꼴이다. 인생을 똑바로 살라고 너와 나에게 해주는 경고란다." (p. 14)

 

앰브로스가 한 이 말은 그들의 미래를 예측하기라도 한 듯하다.

그런데 과연 인생을 똑바로 살 지 못한 건 앰브로스와 필립일까, 아니면 레이첼일까.......

 

거리에 내걸린 사형수 이야기의 시작이 조금 생뚱맞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덮은 지금은 작가의 치밀한 의도가 느껴져 약간 소름 끼치기까지 한다.

 

도대체 이 책 머지?? 이렇게 끝난다고??? 안돼~~~~ 아악~~~~ 

어젯밤 책을 마치고 머리를 쥐어 잡고 소리 지르며 방을 뛰쳐나왔다는....... ㅎㅎㅎ

레이첼의 진실이 궁금해 끝까지 책을 놓지 못하게 하더니, 세상에! 너무 불친절하게 끝나버리는 거다.

그런데 나는 바로 책을 다시 훑기 시작했다. 

1951년에 발표된 이 소설이 베스트셀러인 이유가 분명 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영화와 미니시리즈로 만들어지고 있는 충분한 이유이다.

그만큼 레이첼이라는 인물의 매력이 잘 살아있고, 그녀를 둘러싼 남자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있는,

끝까지 미스터리 한 작품이다.

물론 친절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레이첼은 악인인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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