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를 위해 읽는 책

「넌 동물이야, 비스코비츠!」

by *소은* 2022. 2. 20.

「넌 동물이야, 비스코비츠!」 알렉산드로 보파, 이승수 옮김, 민음사, 2010

 

▨ 인간도 그저 동물일 뿐이야 ▧

 

 물학을 전공하고 동물유전학 연구소에서 일했던 저자는 그 이력을 살려 동물들의 습성과 생태, 그들이 지닌 본능을 충실히 설명해 주며 역으로 인간의 동물적인 욕망을 풍자하는 우화를 써 내려갔다. 첫 번째 소설인 이 작품으로 이탈리아 천재 작가로 떠오른 만큼 그의 이야기는 재기 발랄하고 독창적이다.

 짧은 이야기가 여러 편 이어지는 형식인데, 책을 줄줄 읽어나가기보다 한 편씩 읽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곱씹으며 읽는 것이 책을 이해하는 데에 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늙는 것을 몹시 싫어한다. 늙는다는 것은 내게 질투를 안겨 주었다. 여러 차례 나는 내가 젊은 달팽이를 머릿속에 그린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고, 마음이 갈가리 찢어졌다. 공상 속 달팽이는 자연히 언제나 나였다. 상추 잎에서 편히 쉬는 젊은 내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고통이 완화된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난 껍데기 속에 틀어박혀 눈물을 흘리곤 했다. 나는 내 사랑에 대답하지 않았다. 내 눈은 더 이상 나를 보지 않았다.

 하지만 삶은 계속된다는 사실을 강조하련다. 내가 임신했기 때문이다. 나는 자가 수정의 해악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소리들이 사실이어서 괴물들이 태어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 떨었다. 껍데기에 돌기가 돋았거나 다리가 둘인 아이가 태어나서 남은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면 어쩌나 불안했다.

 우려였다.  p.29

 

 그녀는 한쪽 눈으로 따로 제 모습을 계속 비춰 보았다 그리고 한쪽 눈으로는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는 내 눈을 바라보았다. 나는 그녀에게 사실대로 고백했다. 그녀의 피부 색소세포에 반했다며 어떻게 하면 몸 피부를 그렇게 창조적으로 바꿀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나를 보고 웃었다.

 "어렵지 않아. 독창적인 색을 연출하고 싶다면 기원으로 돌아가야 해. 자기 자신이 되는 비밀은 자신을 거부할 줄 아는 거야. 자신을 비운 다음 다시 채워야 해. 그걸 할 줄 안다면, 야호. 네 몸 색깔은 말을 하기 시작할 거야. 그러면 그 우스운 이름을 버리고 의문부호 대신 감탄 부호를 넣을 수 있을 거야. 나는 '리우바! 야."  p. 102

 

반응형

'나를 위해 읽는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토지 10」  (1) 2022.02.21
「WEALTHINKING 웰씽킹」  (1) 2022.01.31
「남아 있는 나날」  (0) 2021.12.18
「토지9」  (2) 2021.11.30
「프리즘」  (1) 2021.10.3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