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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해 읽는 책

「시계태엽 오렌지」

by *소은* 2021. 3. 8.

 

 

「시계 태엽 오렌지」 앤서니 버지스, 민음사, 2005

 

 

▨  이제 어떻게 될까? ▧ 

 

 인공 알렉스는 15세이다. 
그는 이미 소년원에도 다녀온 전적이 있는 비행 청소년으로, 청소년으로서는 수위가 높은 온갖 범죄들을 자행하고 다닌다. 마약, 폭행, 절도, 강도, 강간까지 말이다.
초반에 계속되는 이들 패거리의 행적이 너무 끔찍한데, 그것이 이들한테는 그저 일상적인 일이고 또한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데에 더욱 잔인함을 느꼈다. 읽는데 기분도 별로 안 좋고 공감도 안되고 언제까지 이런 악행을 읽어내야 하나 라는 생각으로 1부를 마쳤다. (내가 읽은 책 중 가장 잔인하다.)
성악설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여기 이 무리들이 좋은 예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런데, 여러분, 악의 원인이 무엇인지 놈들이 발톱을 물어뜯으면서 연구한다는 말은 나를 웃게 만들지. 선의 원인은 밝히지도 않으면서 왜 그 반대쪽이냐고. 만약 인간이 착하다면 그건 지들이 그러고 싶어서 그런 거니까 난 그런 기쁨은 방해할 생각이 없어. 그 반대의 경우라도 마찬가지야. 난 그 반대쪽을 더 두둔하겠지만 말이야. 더욱이 악이란 자기 자신이 유일한 존재. 즉, 혼자로서의 너 또는 내가 책임지는 것이고, 이때 자아란 하날님 또는 신에 의해서 만들어지는데 그건 신의 커다란 자랑거리이자 기쁨인 거야. 그러나 자신에게 솔직하지 않으면 악이란 있을 수가 없지. 무슨 말인가 하면 정부 놈들이나 재판관들 또는 학교의 접장들은 인간의 본모습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악을 용납할 수 없는 거야. 형제 여러분, 이게 바로 우리의 현대사, 바로 작지만 용감한 영혼들이 커다란 기계에 맞서 싸우는 역사이지 뭐야? 난 이 말을 심각하게 하고 있다고. 여러분. 난 내가 하고 싶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하는 거야. (p. 51)

알렉스는 선과 악중에 기꺼이 악을 선택헀고 마치 그것은 그의 본성일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장면이다. 나는 악을 행하고 싶기 때문에 행하는것 뿐이고 그게 무엇이 문제냐는 알렉스.

 무리의 우두머리 역할을 계속하고 싶었던 알렉스는 자만심과 치기 어림으로 범행을 자행하다가 결국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다른 패거리들의 배신으로 경찰에 잡혀 교소도에 들어가고 만다. 

 

 그때 놈이 말하기도 전에 난 그게 무엇인지를 알았어. 그 고양이를 가진 할멈이 시내 병원에서 더 나은 세상으로 가버린 것이야. 아마 좀 너무 세게 팼나 봐. 그래, 그게 끝이었지. 우유를 달라고 야옹 거리지만 아무것도 얻어먹지 못하는 고양이들을 생각했지. 적어도 그 흉물스러운 주인으로부터는 말이야. 그게 끝이었어. 난 일을 저지른 거야. 아직 열다섯 살밖에 되지 않았는데. (p.90)

 

 그런데 교도소에서 또 다른 수감자를 죽이게 되고, 알렉스는 정부에서 행하는 갱생 요법, 일명 루도비코 요법의 실험 대상에 자원하게 된다. 2주 후면 퇴소시켜 주겠다는 말에 현혹되어 선한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는 그 요법이 무엇인지도 모른 체 말이다. 그는 2주 동안 알 수 없는 주사를 맞고 폭력성이 강한 영상을 억지로 봐야만 했고, 결과는 그런 폭력에 어떻게든 노출되거나 생각만 해도 극심한 통증과 구토를 일으키게 됨으로써 어쩔 수 없이 착한 사람이 되어 교도소를 나오게 된다. 그에게 인간의 자유의지가 상실된 것이다. 그 모든 게 끔찍해진 알렉스는 창밖으로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끓으려고도 한다.

 

 여러분, 난 인도로 세게 떨어졌지만, 끝장을 볼 수가 없었지. 그럴 수가 없었어. 그때 끝장을 보았더라면 여기에 하고 있는 말을 쓸 수도 없었겠지. 아마 내가 뛰어내린 높이가 사람이 죽을 정도는 아니었나 봐. 그래도 등뼈와 손목과 발이 부러진 나는 너무 아파서 결국엔 기절하게 되었어. 나를 내려다보는 놈들의 놀란 낯짝에 둘러싸여서 말이야. 기절하기 바로 직전 난 깨달았지. 이 끔찍한 세상에서 나를 위해줄 놈이 하나 없고. 벽너머로 들리던 음악도 나의 새 동무라는 놈들에 의해 계획된 것이며, 그런 일이 벌어진 이유가 놈들의 더럽게도 이기적이고 오만한 정치 때문이라는 사실을. 이런 모든 생각이 일 분의 백만분의 수백만 분의 일인 순간에 일어났지. 내가 이 세상과 하늘, 그리고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놈들의 얼굴 위로 뛰어내리기 전에 말이야. (p. 198)

 

 알렉스는 뛰어내리며 깨달았다. 이 모든 게 계획된 일이며 자신은 철저하게 이용되었다는 것을. 그는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고, 죄의 대가를 치르기 위해 법의 집행을 받았다. 하지만 알렉스가 갱생 요법에 동원되는 과정이나  출소 후 만난 소위 정치하는 사람들이라는 이들의 행태, 삶의 의지가 없어 보이는 부모, 술을 얻어마시는 대가로 알리바이를 만들어주던 노인들 모두 죄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들은 사실 다 같이 악인이고, 또 다른 알렉스 일뿐이다. 

 

 알렉스는 끊임없이 묻는다. "이제 어떻게 될까?라고.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끔찍한 악행을 저지르던 알렉스는 "이제 어떻게 될까?"를 대뇌이다가 18살이 되어서는 소위 '철'이 들어 다른 사람이 되어 보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 철저하게 악인으로 살았던 한 사람의 극악무도했던 행위들의 이유가 단지 아직 철이 들지 않아서였다는 것인가? 그렇게 순식간에 깨달음이라는 것을 얻고 변할 수 있는 존재가 인간인 것인가? 아니면 그저 작가의 순진한 희망사항일 뿐일까? 알렉스는 정말 이제 어떻게 될까?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스탠리 큐브릭의 동명의 영화가 있다고 하는데, 아마도 영원히 보지 못할 것 같다. 글로 읽으면서도 너무 잔인하다 생각했는데, 영화는 어떨지. ㅠㅠ 나의 정신건강을 위해 패스. 하지만 책은 추천할 만하다. 길지 않은 내용이지만 인간의 자유의지나, 이기심, 선과 악에 대한 통찰, 청소년 범죄 등등 많은 주제들을 담고 있어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기 좋은 책이다. 고전이 좋은 이유는 늘 분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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