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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0」 그러나 소설을 쓴다는 것, 지금의 상현에게는 소설을 쓴다는 것, 쓰는 행위 이상의 절실한 무엇과의 대결상태, 문학은 하나의 방패였었는지 모른다. 싸움의 방편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래도 좋은가, 이래도 좋은가, 수없이 자기 자신에게 의문을 던지면서 낫질도 도끼질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내부, 자신을 둘러싼 외부와의 대결은, 그러나 언제 끝날지, 과연 끝날 수 있을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욕망과 갈등과 자포자기, 제약과 여건과 의무, 그 모든 것은 첩첩이 쌓인 가시덤불, 이동진의 아들이 일제하에서 어떻게 발붙일 것인가. 발붙인 곳도 없거니와 발을 붙여도 아니 된다. 그러면 어디로 가나 갈 곳이 없다. p. 55 인간이 인간에 의해 이렇게 무력해지는가, 홍이는 뼈에 사무치도록 그것을 깨달았다. 고문을 당할 .. 2022. 2. 21.
「넌 동물이야, 비스코비츠!」 ▨ 인간도 그저 동물일 뿐이야 ▧ 생물학을 전공하고 동물유전학 연구소에서 일했던 저자는 그 이력을 살려 동물들의 습성과 생태, 그들이 지닌 본능을 충실히 설명해 주며 역으로 인간의 동물적인 욕망을 풍자하는 우화를 써 내려갔다. 첫 번째 소설인 이 작품으로 이탈리아 천재 작가로 떠오른 만큼 그의 이야기는 재기 발랄하고 독창적이다. 짧은 이야기가 여러 편 이어지는 형식인데, 책을 줄줄 읽어나가기보다 한 편씩 읽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곱씹으며 읽는 것이 책을 이해하는 데에 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늙는 것을 몹시 싫어한다. 늙는다는 것은 내게 질투를 안겨 주었다. 여러 차례 나는 내가 젊은 달팽이를 머릿속에 그린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고, 마음이 갈가리 찢어졌다. 공상 속 달팽이는 .. 2022. 2. 20.
「WEALTHINKING 웰씽킹」 ▨ 부를 창조하는 생각의 뿌리 ▧ 풍요의 생각 풍요의 생각은 결핍의 생각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풍요의 생각이나 결핍의 생각이나 모두 에너지이지만 그 방향성은 정반대다. 결핍의 생각은 과거에 접혀있다. 풍요의 생각은 현재와 미래로 향한다. 그래서 결핍의 생각은 당신의 인생을 제한하고 당신을 벽에 가둔다. 풍요의 생각은 인생의 지평을 넓히고 당신의 벽을 부순다. 당신의 인생을 제한하는 벽은 세상에 대한 믿음, 타인에 대한 믿음, 나 자신에 대한 믿음에서 생기는 고정관념이다. p. 17 엄마는 내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말리기는커녕 다시 생각해보라는 말조차 한 적이 없었다. 자식들을 그렇게 믿어줌으로써 기죽기 않게 했다. p. 41 인간의 욕망이란 표정, 말투, 몸짓 등으로 어떻게든 표현된다. 그래서 인생의 진.. 2022. 1. 31.
「남아 있는 나날」 ▨ 인생의 저녁 ▧ 부커 상을 받은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 있는 나날」은 달링턴 홀에서 35년간 달링턴경을 모셔온 집사 스티븐슨이 새로운 미국 신사 페러데이를 모시면서 떠나게 된 6일간의 여행 여정을 통해 지난날을 떠올리며 회상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그는 완벽한 집사였다. 스티븐슨은 계속해서 집사가 가져야 하는 '품위'의 중요성과 '위대한' 집사에 대해 역설한다. 역시 집사로 한평생을 바쳤던 아버지의 임종도, 켄턴 양과의 사랑도 그 '품위'와 '위대함'이라는 명목 아래 철저히 무시된 체 그는 자신의 맡은 바 일을 해내고, 끊임없이 그것을 정당화한다.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는 스티븐슨의 그런 안타까운 인생이 서글펐는데, 두 번째 읽으면서는 그가 계속해서 자신의 잘못된 선택을 핑계대로 있다는 느.. 2021. 12. 18.
「토지9」 ▨ 다시 조선으로 ▧ 서희가 진주 땅으로 돌아오고 평사리의 집도 조준구에게서 돌려받으며 최참판댁의 복수는 마무리된다. 복수에 멋지게 성공하지만 그 후에 찾아오는 공허함에 괴로워하는 서희가 안쓰럽다. 길상은 독립운동이라는 핑계 아닌 핑계로 중국 땅을 떠돌고, 관수와 석이, 한복이와 같은 인물들과 함께 독립운동의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임이네의 악덕에 괴로워하며 망가져만 가던 홍이는 용이가 평사리에 정착하게 되면서 자리 잡아갈 것이 예상된다. 금녀의 어처구니없는 죽음과 김두수의 끝 간 데 없는 악함이 놀랍다. 한복이와 거복이(김두수)의 만남이 어떻게 펼쳐질지 자못 궁금하다. 관수는 그 말이 이해될 듯했다. 육신은 병들었으나 마음은 쉬고 있는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산다는 것에 대한 그 목마름, 늘 목에서 단내.. 2021. 11. 30.
「마음이 아플까봐」 ▨ 아파해도 괜찮아 ▧ 한 소녀가 있었습니다. 소녀의 머릿속은 온통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밤하늘의 별에 대한 생각과 바다에 대한 신비로움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소녀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때마다 기쁨에 겨웠습니다. 어느 날 소녀가 할아버지의 빈 의자를 보기 전까지 말입니다. 두려워진 소녀는 잠깐만 마음을 빈 병에 넣어두기로 했습니다. "마음이 아플까봐!" 소녀는 마음을 빈 병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목에 걸었습니다. 그러자 마음은 아프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모든 게 달라졌습니다. 별에 대한 생각도 바다에 대한 관심도 사라졌습니다. 어느덧 소녀는 세상에 대한 열정도 호기심도 잊었습니다. 병은 점점 무거워졌고 몹시 불편했습니다. 그래도 소녀의 마음만은 안전했습니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 많은 작은 아이를 만.. 2021. 11. 21.
「천 개의 파랑」 ▨ 아름다운 낙마 ▧ 은 한국과학문학상 대상작이다. SF를 매개로 하지만 여느 과학소설처럼 무작정 신비롭거나 난해하지 않고 두발을 꽂꽂히 땅을 밞고 아픔을 헤쳐 나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녹여내고 있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태어난지 삼년만에 안락사의 위기에 처한 경주마 투데이와 그와 '호흡'을 맞춘, 어떠한 결함으로 인해 인간의 사고를 할 수 있게 된 휴머노이드 기수 콜리가 있다. 온갖 궂은 일과 위험한 일은 이제 휴머노이드에게 맡길 수 있어 좋지만 반면 로봇에게 알바자리를 내주어야 하는 일이 빈번한, 멀지 않은 미래를 배경으로 투데이와 콜리를 통해 연결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진솔하게 펼쳐진다. 로봇과 함께 하든 안하든 인간이 관계 속에서 사는건 비슷하다. 그게 당연한 것일진데 그게 또 다행으럽게 여겨졌다. .. 2021. 11. 19.
「코피아난 아저씨네 푸드트럭」 ▨ 세계 평화 지킴이, 유엔 ▧ 주니어김영사의 시리즈에 이어 가 출간되고 있다. 주요 인물을 중심으로 아이들의 시선에 맞게 그 인물의 관련 개념과 철학을 끌어가는 이야기 형식의 동화이다.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소재이지만, 아이들의 일상에 녹여 쉽게 풀어놓아 부담 없이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다. 사회의 기초를 세워 주는 시리즈는 이러하다. 01. 플리처 선생님네 반송반 02. 장준하 아저씨네 사진관 03. 넬슨 만델라 선생님과 수상한 클럽 04. 애덤 스미스 아저씨네 경제 문구점 05. 체개바라 아저씨네 슈퍼마켓 06. 예링 아저씨네 비밀 정원 07. 제러미 벤담 아저씨네 야생동물 구조센터 08. 왕가리 마타이 아줌마네 동굴 쉼터 09. 코피 아난 아저씨네 푸드 트럭 10. 핸드릭 하멜 (세계 문화 편).. 2021. 11. 13.
「유원」 ▨ 그들이 회복하는 방법 ▧ 「유원」에 등장하는 아이들 유원, 수현, 정현을 만나면서 안도했다. 미숙한 부모들을 감당해내며 그 안에서 조금씩 조금씩 성장의 길을 걷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마음이 따끈해진다. 불의의 화재로 인해 유원은 6살의 나이에 언니의 손에 의해 이불에 싸여 아파트 11층에서 던져지고, 그 아이를 받아내 국민적인 영웅이 된 아저씨는 그로 인해 반 불구가 되어 그 가족의 주의를 계속해서 맴돈다. (그 과정에서 언니는 살아남지 못했다.) 마냥 착하기만 한 유원의 부모는 점점 무례해지는 아저씨의 부탁을 거절하기 못하지만, 그로 인해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언니와 아저씨에 대한 미움이 커져가면서 유원은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언니의 목숨을 담보로 살아남은 아이, 한 가장을 평생 불구.. 2021. 11. 4.
「프리즘」 ▧ 빛나는 사랑 ▨ 누구나 크든 작든 살아가면서 안고 가야 할 결핍이 있다. 어렸을 때 부모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했거나, 큰 사고를 당했거나, 아니면 죽음을 목도했더가 하는 그런 아픔들. 그런 결핍은 나도 모르게 서서히, 아니면 너무나 급작스럽게 일어나는 일들이라 사실 본인이 스스로 대처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대게는 그 결핍으로 인한 많은 관계들의 삐걱거림을 겪어내며 살아가게 된다. 「프리즘」에 등장하는 4명의 인물, 예진, 도원, 재인, 호계 역시 그러하다. 그들은 결핍을 채우기 위해 누군가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또 그 결핍으로 인해 사랑에 어려움을 느끼는 불안한 존재들이지만, 여전히 그들의 삶은 어여쁘다. 사랑으로 관계를 맺고 그 안에서 나와 너의 아픔들을 고백하고 위로받을 수 있다면 그 관.. 2021. 10. 30.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 젊음의 아픔 ▧ 김금희의 소설집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는 치기 어린 젊음의 날들을 통과하면서 겪게 되는 불안과 흔들림, 아픔의 진통을 겪어내는 이들의 살아냄에 대해 쓴 단편들의 묶음이다. 젊음에는 막연한 미래의 두려움도 늘 디폴트로 담겨 있기 나름이지만 또 하나 늘 따라오는 주제는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 아닐까 한다. 미숙함으로 인해 완성할 수 없었던 사랑의 순간들이 각 작품마다 담겨 있는데 그것을 읽는 내내 안타까움보다는 풋풋함은 느끼게 되는 나는 이제 너무 나이가 많은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ㅠㅠ 소설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이러하다. 우리가 가능했던 여름 크리스마스에는 마지막 이기성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기괴의 탄생 깊이와 기울기 초아 그렇게 해서 아프게 하면, 고통이 느껴지면 기.. 2021. 10. 28.
「인생수정」 ▨ 가족의 안과 밖 ▧ 「인생수정」은 가족 이야기이다. 전미 도서상, 선정 100대 영문 소설, 선정 올해 최고의 책이라는 타이틀에 빛난다. 700페이지가 넘는 두께의 압박감을 떨치고 읽기 시작했으나, 무수히 나오는 미국의 장소와 물건들과 그들의 문화들이 익숙지 않아 내용들이 쉽게 다가오지가 않는다. 이런 말들이 소설을 끌어가는데 중요한 요소인가 싶게 길게 이어지는 설명들은 책을 포기하지 않고 읽기 쉽지 않게 지루하기도 했다. 한국 작가가 쓴 한국 소설이었다면 좀 더 재미있게 읽었을까. 쇼펜하우어의 말을 인용하기를 좋아하는 비관적이고 독단적인 아버지 알프레드와 온가족이 크리스마스에 모이길 일 년 내내 기대하고 사는 집요함이 무서운 어머지 이니드. 완벽한 아들, 완벽한 남편과 아빠이고 싶지만 사실을 그 모.. 2021. 10. 16.
「블랙 독」 ▨ 두려움의 실체 ▧ 어느 날, 검은 개 한 마리가 호프 아저씨네 가족을 찾아왔습니다. 검은 개를 제일 먼저 발견한 사람은 호프 아저씨였어요. "세상에!" "우리 집 앞에 호랑이만 한 검둥개가 나타났습니다!" 뒤이어 호프 아주머니가 일어났습니다. "어머나!" "여보! 우리 집 앞에 코끼리만 한 검둥개가 있는 거 알아요?" "어서 불을 다 꺼요. 녀석이 우리가 여기 있다는 걸 모르게." 다음으로 애들라인이 일어났습니다. "꺄악!" "우리 집 앞에 티라노사우루스만 한 검둥개가 있는 거 아세요?" "빨리 커튼을 닫아! 녀석이 우리를 보지 못하게." 곧이어 모리스가 일어났습니다. "으악!" "우리 집 앞에 빅 제피만 한 검둥개가 있는 거 아세요?" 가족들은 한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이불 밑에 숨어!" 호프네 아.. 2021. 10. 11.
「토라지는 가족」 ▨ 나만의 안식처 ▧ 일요일 아침, 밥을 먹으려고 모두 모여 앉았어요. 어! 그런데...... 아빠가 토라져요. 엄마가 토라져요. 할머니도, 누나도, 형도, 막내도요. 모두요. 결국 밥도 안 먹고 밖으로 나가 버렸답니다. 아빠는 토라져서 나뭇가지를 잘라요. 엄마는 공원에서 물구나무를 서요. 할머니는 분수만 바라봐요. 누나는 꽃 속에 숨었답니다. 형은 호숫가에서 돌을 던지고요. 막내는 고양이와 새들을 쫓아다녀요. 하루 종일 그렇게 토라져 있어요. 그러다 해가 기울어요. 그리고, 배고 고파요. 아무 생각나지 않고 배만 고파져요. 그때, 막내가 벌떡 일어나요.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요. 집으로 달려가요. 조약돌처럼 앉아 있던 형이, 고양이처럼 숨어 있던 누나가 따라가요. 깃털 같은 할머니가 '끄응!' 하며 일.. 2021. 10. 10.
「토지 8」 ▨ 월선의 죽음 ▧ 월선이 생을 다했다. 용이가 찾아 올 것이라는걸 굳게 믿은 월선과 내가 갈때까지는 살아있으리라는 것을 역시 굳게 믿고 있었덧 용이. 그들의 사랑의 깊음을 절절히 느낄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이들의 사랑이 부부들의 그것처럼 일상적인 생활에서 영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또 그랬기에 끝까지 빛날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할 수 있는 만큼 사랑했고 그래서 여한없이 죽을 수 있다는 월선이의 마지막 말이 인상깊다. 하긴 그녀에겐 친엄마 보다 자신을 끔찍히 여기는 홍이가 있었으니까. 한편 홍이의 친모, 임이네의 끝간데 없는 악다구니는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이다. "아까 혜관께서는 회피를 하십디다만 그 사람한테 신념이 있는가 그게 문제요. 투철하지요. 그러나 투철하다 하여 그것을 신념으로 보는 것.. 2021. 10. 2.
「미래가 불타고 있다」 ▨ 기후 재앙 대 그린 뉴딜 ▧ 「미래가 불타고 있다」의 내용은 대부분 클라인이 기후 변화와 관련해서 10년 동안 써온 장문의 기사와 논평 그리고 대중 강연 원고로 구성되어 있고, 새로 쓴 서문과 후기가 실렸다. 70페이지가 넘는 서문에서 클라인은 10년의 세월 동안 보고 느낀 기후 위기와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주류 정치인들과 고통을 겪고 있는 소수자들 등의 여러 각도의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프랭클린 루즈밸트의 뉴딜 정책을 본보기로 삼아 입안된 기후 정책인 그린 뉴딜은 내가 평소에 생각했던 환경보호 실천의 차원을 넘어서 세계의 시장 체계를 빠른 시일 내에 바꾸고 이제 극에 달한 기후 위기를 벗어나야 한다고 역설한다. 환경책을 읽는다고 생각했는데 대부분이 정치 경제 이야기라는 점에서 놀라웠는데, 그.. 2021. 9. 27.
식물이 주는 위안 작년 추석 선물로 받은 아보카도를 자르고 그 안에 단단히 자리 잡고 있던 커다랗고 탐스러운 씨앗을 끝내 그냥 버리지 못해 뿌리를 내렸다. 뿌리가 내리는걸 지켜내기엔 은근한 기다림이 필요했으나 화분으로 옮겨 심고 싹을 틔운 이후로는 일사천리로 쑥쑥 자란다. 다른 나무들과 경쟁하며 빽빽한 환경에서 커야 해서 햇빛을 차지하기 위해 일단 키부터 키운다는 아보카도는 삐쭉 큰 키에 겨우 몇 개 달린 가녀린 잎들이 봄 여름의 잎마름의 노고를 이겨내느라 힘들었는데 1년을 어찌어찌 채워가니 이제 제법 살만한가 보다. 손바닥보다 길쭉해진 생그러운 잎들을 내고 있는 아보카도 작은 나무가 어여쁘다. 창가에 들어오는 가을의 해를 온몸으로 받고 있는 연약한 것들을 보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은근한 힘이 난다. 조금만 힘주어 짚으면.. 2021. 9. 26.
「죽은 자의 집 청소」 ▨ 죽음 언저리에서 행하는 특별한 서비스 ▧ 제목에 이끌려 무심코 집어 든 책이었다. 막연히 죽은 자들이 남긴 것들에 대한 단상이 담긴 에세이겠거니 생각하고 책을 펼쳤는데 이야기는 대부분 자살한 이들에 관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일단 예상을 빗나갔다. 작가는 죽은 이들의 남겨진 자리를 청소하는 특수 청소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자살이다. 자살은 대부분 지인들에게 알려지지 않고 자행되므로 사후 발견 시기가 턱없이 늦어질 수 있다. 시간이 대책 없이 흐르면서 시체는 부패될 것이고 구더기가 꼬일 것이고 시신이 누워있던 자리는 혈액과 분비물로 더럽혀질 것이고 종내에는 심각한 악취로 인해 이웃에 의해 발견된다. 썩은 포유류의 냄새는 너무나 유니크해서 한번 맡아본 사람을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라던 작가의.. 2021.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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